올해부터 포수로 전격 변신한 강백호(25·KT 위즈)는 왜 동갑내기 친구 곽빈(25·두산 베어스)의 배터리 호흡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을까.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와 두산의 더블헤더 2차전.
KT 간판타자 강백호와 두산 선발투수 곽빈의 맞대결이 큰 화제를 모았다. 두 선수는 1999년생 동갑내기이자 ‘베이징 키즈’ 출신으로, 강백호는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1라운드 1순위, 곽빈은 두산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해 나란히 양 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곽빈이었다. 1회 1사 후 강백호를 최고 156km의 강속구를 던져 7구 승부 끝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3회에는 2사 1루에서 체인지업을 이용해 초구에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후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다시 강속구를 뿌렸고, 2루수 뜬공이 나오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곽빈은 당시 강백호와의 승부에서 왜 직구 구속이 급상승했냐는 질문에 "(강)백호와 힘 대 힘으로 붙고 싶어서 1회 세게 던진 것 같다. 백호도 레벨이 너무 높은 선수니까 조금 조심스레 승부했다. 5회 2사 만루에서 밸런스가 잡혀서 백호 상대로 잘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전날 우천 취소 후 강백호와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곽빈은 "어제 우천취소 되고 백호와 잠깐 봤는데 내가 체인지업만 계속 던진다고 했더니 백호가 그럼 계속 헛스윙을 해준다고 했는데 오늘은 힘 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곽빈은 고교 시절 이후 7년 만에 포수로 전향한 강백호와 국가대표에서 다시 배터리 호흡을 이뤄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고 투수 겸 포수 강백호와 배명고 에이스 곽빈은 프로 입단 전인 2017년 캐나다 U-18 야구월드컵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춰본 바 있다. 야구대표팀은 오는 11월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있는데 두 선수 모두 태극마크가 유력하며, 강백호가 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투수 곽빈, 포수 강백호 라인업을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
하지만 강백호는 동갑내기 친구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강백호는 “나는 안 하고 싶다”라고 웃으며 “잠실 두산 3연전에서 (곽)빈이한테 너무 압도적으로 당해서 그렇다. 공이 너무 좋더라. 올 시즌 내가 봤던 공 중에서 톱이었다. 진짜 공이 좋아서 내가 못 쳤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빈이는 남자가 아니더라. 직구로만 승부했어야 하는데 직구를 안 던지더라. 그런데 공은 너무 좋았다”라고 농담 섞인 말을 덧붙였다.
포수 전향과 함께 천재타자의 면모를 되찾은 강백호는 올 시즌 44경기 타율 3할4푼6리(191타수 66안타) 13홈런 44타점 35득점 OPS .987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안타, 홈런, 타점 1위, 득점, 장타율(.607) 2위, 타율 6위 등 각종 타격 지표 상위권을 독식 중이다.
강백호는 “몸 상태가 건강해서 좋다. 항상 어디든 아팠는데 올해는 아프지 않으니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하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타격 파트에서 너무 나한테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 김강, 유한준 코치님이 시즌 전부터 ‘백호는 부담 갖지 말고 경기만 다 나가면 페이스 찾을 수 있다’라고 해주셔서 이렇게 잘 치고 있다. (장)성우 형의 캠프 때 피드백도 큰 도움이 됐다. 물론 피드백은 영업 비밀이다”라고 비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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