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남자’ 황성빈이 왜 롯데 자이언츠에 필요한 지 단번에 증명한 경기였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16일 수원 KT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4연패를 탈출했다. 5연승 이후 속절없이 4연패에 빠진 순간, 롯데는 그리운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 그 중에서 황성빈의 부재가 제일 뼈저리게 와닿았다.
지난달 24일 사직 SSG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이후 1군 엔트리에 머물면서 상태가 호전되기를 바랐지만 결국 29일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황성빈이 없는 기간 동안 롯데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황성빈이 부상을 당한 시점 즈음부터 5연패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5연승을 달리며 연패를 만회했다. 하지만 다시 4연패를 당했다.
지난 14일, 황성빈은 보름 만에 1군 엔트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성빈은 복귀와 동시에 의욕을 내비쳤다. 1군에 복귀하는 날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김태형 감독은 햄스트링 부상 재발을 우려했다. 그러나 황성빈은 3회부터 배트를 잡고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다. 김태형 감독은 과도한 의욕이 역효과로 나타나는 것을 우려하며 황성빈을 진정시켰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결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가지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난 15일 김 감독은 황성빈을 향해 “너무 팀을 구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성빈의 존재감은 복귀 첫 날부터 두드러졌다. 14일 경기에서 3-4로 끌려가던 8회 볼넷으로 출루한 나승엽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유강남의 우익수 뜬공 때 3루까지 향했다. 그리고 이학주의 내야안타 때 홈을 밟으며 동점을 이끌었다. 그리고 16일, 황성빈은 선발 라인업에 복귀해서 쉴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선취점과 추가점, 그리고 9회초 마지막 수비 과정까지, 황성빈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장면이 없었다. 1회 선두타자 황성빈이 2스트라이크 이후 볼 4개를 골라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상대 견제 실책을 유도해내며 2루까지 도달했다. 고승민이 범타로 물러났지만 레이예스의 타석 때 폭투가 나오며 3루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레이예스의 얕은 중견수 뜬공 때 황성빈이 홈까지 쇄도했다. 황성빈의 발이 레이예스의 희생플라이와 타점을 만들었다.
3회에는 선두타자 이학주가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황성빈이 1루수 방면으로 기습번트를 대면서 안타로 연결시켰다. 전력질주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하면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며 KT 선발 쿠에바스를 흔들었다. 이후 고승민이 1루수 옆을 꿰뚫는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2-0을 만드는 과정에서 황성빈이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하지만 롯데의 추가점은 나오지 않았다. 타선이 꽉 막혔고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2-0의 리드가 계속됐다. 지켜야 했다. 8회 다시 한 번 내야안타로 출루했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황성빈은 지키는 야구에 수비로 기여했다. 6회말 1사 1루에서 문상철의 좌익수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담장 앞에서 점프를 하며 잡아내 분위기가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파울 라인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듯한 타구가 흘러나가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왔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낙구지점을 제대로 잡아냈다. 분위기가 꺾였다. 그리고 9회 선두타자 강백호의 파울 라인 바깥에 떨어지는 타구를 담장 앞에서 점프 하며 걷어냈다. 날다람쥐가 그물망에 걸리듯 황성빈은 몸을 날렸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또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는 황성빈에게 시한폭탄 같은 햄스트링 부상이다. 하지만 황성빈은 본능에 충실한다. 그는 “상황이 되면 전력으로 뛰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뛰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잘 나가다가 손가락 부상, 발목 부상을 당하며 페이스가 꺾였다. 그 페이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스스로도 “작년에는 조급했다. ‘괜찮다. 빨리 합류할 수있다’라고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라고 되돌아봤다. 한 번 경험이 있기에 올해는 다르다. “걱정이 많았지만, 올해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하려고 했다. 그게 지금은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1루에서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역시 부상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장면. 그럼에도 황성빈은 더 과감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다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불안하다. 소극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라면서 과감한 접근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17일부터 잠실로 이동해 기세 좋은 두산과 만난다. 두산은 올 시즌 롯데의 첫 위닝시리즈 상대. 과연 돌아온 ‘마성의 남자’는 롯데에 제대로 된 엔진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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