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를 시즌 전 5강 후보로 지목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에이스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공백에 대한 물음표가 컸다.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에 MVP까지 차지한 페디의 빈자리를 메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잘 뽑기로 소문난 NC답게 페디의 공백도 어렵지 않게 메우고 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좌완 2명으로 외국인 투수를 구성했는데 카일 하트(32), 다니엘 카스타노(30)가 원투펀치로 자리잡아 2위(25승17패1무 승률 .595)에 올라있다. 1위 KIA(26승16패1무 승률 .619)에 1경기 뒤진 2위로 선두 자리를 넘보고 있다.
당초 1선발감으로 데려온 카스타노는 9경기(56⅓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3.67 탈삼진 45개 WHIP 1.07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7번으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지만 피홈런 허용(7개)이 꽤 많아 기대했던 1선발로는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2선발로 하트가 에이스 자리를 꿰차면서 NC의 새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9경기(55⅓이닝) 5승1패 평균자책점 2.93 탈삼진 57개를 기록 중인 하트는 다승 공동 1위, 피안타율 3위(.222), 평균자책점·탈삼진 4위, 이닝·WHIP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페디처럼 주요 부문 1위를 휩쓰는 수준은 아니지만 리그 정상급 수준의 선발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페디처럼 강력하진 않아도 안정적이고 꾸준하다.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하트가 위력을 보여줬다. 1회 시작부터 김태연과 안치홍을 연속 삼진 잡고 시작한 하트는 2회 최재훈, 이도윤, 김강민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 몸쪽 낮게 보더라인을 파고드는 제구력이 돋보였다. 3~4회에는 탈삼진 없이 6연속 범타로 삼자범퇴 행진을 펼쳤다. 좌타자에겐 슬라이더, 우타자에겐 체인지업을 낮게 잘 떨어뜨렸다. 5회까지 투구수 61개로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6회 김태연에게 중전 안타,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준 뒤 요나단 페라자에게 좌측 1타점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페라자가 스리볼에서 과감하게 스윙을 돌려 하트의 허를 찔렀다. 하지만 계속된 1사 2,3루에서 노시환을 체인지업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추가 1실점과 아웃카운트를 바꿨다. 7회에는 좌타자 이도윤, 황영묵을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마지막 삼진을 잡은 뒤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며 포효했다.
이날 하트의 총 투구수는 102개로 스트라이크 71개, 볼 31개. 올해 KBO리그 최장신 좌완(196cm) 투수로 내리꽂는 투구 각이 좋은 하트는 트랙맨 기준으로 이날 최고 시속 151km 투심(24개), 150km 포심(18개), 커터(13개) 등 빠른 공에 슬라이더(27개), 체인지업(20개)을 고르게 구사했다. 모든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헛스윙을 유도할 정도로 제구도 좋았다. 올해 9이닝당 볼넷이 2.28개에 불과하다.
효율적인 투구로 2경기 연속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의미하는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 투구를 했다. 올 시즌 리그 최다 4번의 QS+가 하트의 가치를 보여준다. 지난해 페디는 총 8번의 QS+를 했는데 하트의 지금 페이스라면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후 하트는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했고, 그 부분이 마지막까지 주효했다 야수들의 좋은 호수비도 함께했다”며 “리그의 모든 타자가 타점과 득점을 생산할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다. 내 임무는 그 점수가 많지 나지 않도록 던지는 것이다. 6회 공격 흐름이 상대에 넘어갔지만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트는 “상대 팬들의 응원이 정말 큰 것이 느껴졌다. 원정경기에서의 승리는 홈경기 때보다 더 값진 것 같다”고 말했다. 9위로 처져있지만 이날도 평일 아갼 경기에 9522명의 적잖은 관중들이 이글스파크를 찾아 한화를 응원했다. 창원 홈에서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1.67로 극강인 하트는 원정에서 4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다소 약하지만 이날 호투로 원정 약세도 극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