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였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이 부진을 딛고 살아나는 나성범(35)의 회복세를 반기면서도 반성을 했다. 부상 복귀 과정에서 퓨처스 실전조정을 건너뛰고 너무 급하게 부르는 바람에 부진을 겪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30타석 넘게 마음고생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나성범은 햄스트링 손상으로 개막부터 이탈했다. 체중도 감량하면서 완벽하게 재활을 거쳤고 4월28일 1군에 복귀했다. LG와 잠실 주말시리즈 3차전이 열린 날이었다. 예상보다 빠른 콜업이었다. 2연패를 당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이감독의 한 수 였다. 볼넷을 골라내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1군 경기에 출전했는데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1군 주력투수들의 볼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이었다. 30타석이 넘어갈때까지 비슷한 부진을 겪었다.
급기야 타율이 8푼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나성범의 타순이 구멍이 되자 팀 타선도 덩달아 동반 침체되면서 응집력이 헐거워졌다. 팀 성적까지 주춤해지자 나성범도 초조해지는 모습이 타석에서 나왔다. 훈련에 매달리고 전력분석팀과 미팅을 통해 해결점을 찾았다.
드디어 14일 광주 두산전에서 투런홈런을 날리며 회복세를 보였고 15일 두산전에서는 역전 투런홈런과 2타점 적시타 등 5타수 3안타 4타점 터트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팀도 8-4로 승리를 거두었다. 처음으로 수훈선수로 단상에 올랐다. 16일 경기에서는 1안타 2볼넷 3출루로 제몫을 했다. 팀은 7-7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16일 두산과의 광주경기에 앞서 "나의 미스였다. (2군에서) 경기를 하고난 뒤에 불렀어야 맞았다. 급하게 불렀다. 작년 부상 복귀할 때도 2군에서 1~2경기 하고 와서 문제 없었다. 1군에서 뛰면서 타이밍 잡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본인에게 부담을 지웠다. 미안하다"며 반성했다.
실제로 나성범은 작년 부상으로 6월 말 복귀하기 전에 퓨처스 리그 2경기에서 화끈한 타격을 펼친 바 있다. 복귀와 동시에 괴물급 타격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작년처럼 실전 빌드업 과정을 밟지 않았던 점을 자책한 것이었다. 그래도 보란듯이 회복해 감독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이 감독은 이어 "아무래도 심적 부담이 가장 컸다. 잘 안맞고 찬스에서 못치고 본인의 실력에 비해 부담이 컸다. 이제 그런 부분 다 떨쳤다. 햄스트링 두려움도 털어냈다. 앞으로 본인의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기대감도 동시에 보였다. 나성범의 회복과 함께 정예 타선도 본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