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3'에 이어 '여고추리반3'가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둘 다 첫 시즌부터 프로그램을 연출해온 PD들이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 제작진이 시리즈 연속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분투한 모양새다. 이에 드라마를 넘어 예능에서도 '효자 IP'를 활용한 시리즈물과 시즌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전망이다. 동시에 창작자 개인이 아닌 플랫폼 자본에 대한 종속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 '환승연애3'·'여고추리반3' 시리즈 지속가능성은 합격
최근 티빙 측이 발표한 지난 4월까지 유료가입자 기여도 TOP15에서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3(약칭 환연3)'가 2위, '여고추리반3(약칭 여추반3)'가 15위를 차지했다. '환승연애3'가 지난해 12월 29일 시작해 최근 종영했고, '여고추리반3'가 지난 4월 26일 첫 공개된 바. 1분기 티빙 예능은 '환승연애3'가 먹여살렸고, 이어 2분기에는 추리 결말이 공개될 수록 힘을 얻는 시리즈 특성상 '여고추리반3'의 상승세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환승연애3'와 '여고추리반3'는 모두 첫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메인 연출로 활약한 PD들이 프로그램을 떠나는 악재를 겪었다. '환승연애'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던 이진주 PD가 JTBC로 이직했고, '여고추리반' 시리즈를 선보였던 정종연 PD는 제작사 테오(TEO)로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이에 '환승연애3'와 '여고추리반3' 모두 시리즈 팬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 선을 보인 상황. 시리즈물인 만큼 성공의 기준을 이전 시즌으로 삼는다면 비판지점은 있을 수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새로움과 신선함 면에서는 첫 시즌보다 덜하고, 특히 '환승연애2'가 유독 신드롬을 일으킨 탓에 '환승연애3'의 후폭풍은 상대적으로 잠잠해 보였을 정도다. 그러나 시리즈의 지속가능성을 살려냈다는 점에서는 두 프로그램 모두 합격점을 줄 만 했다.
# 예능도 주종 관계 정립 종료
주목할 점은 이를 통해 국내 OTT 예능 오리지널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디즈니+ 등 글로벌 사업자는 물론 티빙, 웨이브와 같은 국내 사업자까지 OTT 시장 태동기에는 히트 예능 프로그램 메인 연출자들이 대거 부각됐다. 나영석, 김태호로 대표되는 예능 스타 PD들의 선택폭이 넓어지며 소수의 제작진이 뭉쳐 제작사를 설립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고 다양한 이직과 이합집산이 이뤄졌다.
그러나 넷플릭스 주도의 제작비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해 방송사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해지고 덩달아 OTT 시장이 넷플릭스가 장악하는 것으로 개편되는 양상을 보이며 시장 성장기도 둔화됐다. 자연스레 우후죽순 생겨났던 중소형 제작사들 사이에서도 흥망이 정해졌고 콘텐츠에 대한 권리는 결국 자본을 지불한 플랫폼의 것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
예능에서도 한 프로그램에 있어서 제작진의 영향력이 제작 과정과 방송 당시에 국한된 실정이다. 아무리 최초 기획자라고 하더라도 콘텐츠 집단에 소속된 순간이 아니고서는 어떤 히트작이라도 필모그래피 이상의 실질적인 권리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콘텐츠 업계 투자 기조가 얼어붙은 가운데 사실상 제작사 설립으로 창작자가 곧 저작권자가 되며 유의미한 수익을 거둘 수 있던 시기는 일차적으로 끝났다.
# 사람 없이 제목만 브랜드로 남나
결국 이진주 PD가 떠났어도 '환승연애3'는 티빙 안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정종연 PD가 떠났어도 '여고추리반3'는 새 막을 열고 구독자가 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가장 큰 요인은 단연코 남은 제작진의 노력이다. 시리즈를 어떻게든 이어가겠다는 열망이 대중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다만 동시에 이들의 환경을 유지할 자본에 대한 의존도도 더욱 높아졌다.
물론 나영석 PD가 퇴사한 뒤에도 '1박 2일'은 KBS 작품으로 남았고, 김태호 PD가 떠났어도 '무한도전'은 MBC의 자산으로 남은 선례가 일찌감치 있었다. 더욱이 이진주 PD는 JTBC 예능 '연애남매'로 여전히 디테일한 감각이 살아있는 연출가임을 보여줬고, 정종연 P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플랜'과 같은 그의 독보적인 게임 서바이벌 예능을 선보였다. 또한 대기업 플랫폼이라고 해서 막대한 자본을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손쉽게 마련하는 것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모르는 재미와 틀을 깬 변화를 보여주던 예능판 마저 드라마처럼 제작여건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플랫폼을 전전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도 남긴다. 어떤 IP라도 그 시작과 최초의 성공에는 막대한 노력 그리고 정성을 담은 누군가의 지난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그램 제목 옆에 방송사나 채널, 플랫폼만 남고 만든 사람은 쉽게 잊히는 시대가 씁쓸함을 남기는 이유다. / monamie@osen.co.kr
[사진] 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