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남편만 믿고 한국으로 왔으나 무시당하며 살고 있다는 베트남 아내와 되려 자신이 아내에게 무시당한다는 남편, ‘외톨이 부부’가 등장한다.
아내는 남편의 다정한 면모가 좋아 번역기로 소통하며 연애한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는데. 그러나 이제는 윽박지르고 폭언을 내뱉는 등 바뀌어 버린 남편의 모습에 질려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반면, 남편은 자신을 비롯한 가족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한 아내 때문에 사연을 신청했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두 사람은 단순 부부 문제만이 아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생각해 출연 결심을 굳혔다는데. 거친 부부싸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오은영 박사는 언성 높여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아침부터 같은 침대가 아닌 각 방에서 깨어나는 두 사람. 아내는 기상하자마자 인사하는 남편은 뒷전, 베트남 지인과 영상 통화하기 바쁘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말 한마디 없는 부부의 모습에 MC 소유진은 “(남편은) 누구랑 이야기해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편은 이제껏 아내와의 결혼생활 동안 밥 먹고 가라는 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며 서러움을 토로한다.
어죽 집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남편의 말대로 육아와 가정에 관심 없다며, 근무 후 귀가하기 싫다고 털어놔 남편의 표정을 착잡하게 만든다. 심지어 자녀들에게 빈약한 식사를 차려주는 아내의 모습에 MC 박지민은 “식사가 부실하다”라고 탄식했을 정도. 그러자 아내는 과거 남편이 “이 집에서 살려면 생활비 내!”라는 말을 한 이후로 정이 떨어졌다고 고백한다. 결혼생활 17년 동안 총 네 번의 생활비를 받은 게 전부였으며 현재 남편의 월급이 얼마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아내. 심지어 과거 남편이 상의 없이 시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다녔다고 말해 MC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아내가 딸과 함께 귀가하자마자 보이는 건 바로 시어머니의 신발. 시어머니가 오신 줄도 모르고 귀가한 아내는 표정이 급격하게 싸늘해지기 시작한다. 시어머니와 대화가 멈춘 지 벌써 5년째라는 아내. 부부의 집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거주해 많은 의지가 되어주는 시어머니지만, 아내에게는 마냥 불편하다. 심지어 상의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당당히 부부의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MC들은 씁쓸한 웃음을 뱉었다.
아내가 이토록 시어머니를 불편해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외국인이라서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데. 특히 시어머니와 언쟁이 오가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남편은 매번 시어머니의 편을 들어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아내가 피해자 흉내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끝내 오해가 풀리지 않자, 화가 난 남편은 아이들 앞에서 고함을 지르며 분노를 터트리고. 이 모습을 본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이 그대로 듣고 있다”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새벽 두 시가 돼서야 저녁 식사를 시작하는 아이. 부부 사이에서 눈치보다 겨우 밥을 먹는 모습에 부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속상하다. 남편은 자녀가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이 있어 타인과 어울리지 못한다며 열일곱 살이지만, 함께하기 위해 4년이라는 일상을 내려놓았다고 털어놓는다. 아내는 과거 충동적인 행위까지 일삼을 정도로 격해진 아이가 걱정돼 입원 치료를 권했지만, 남편이 못마땅해하며 반대했다는데. 아이가 사회로 나왔을 때, 병원 입원 기록이 걸림돌이 될까 두려워하는 남편이 답답하다는 아내. 그러나 남편은 되려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아이를 포기하는 거라며 아내에게 언성을 높인다. 이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의료 기록은 회사와 관공서가 절대 열람할 수 없다”며 남편의 잘못된 인식을 단호하게 바로잡았다.
이 외에도 아내는 아이의 우울증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며 촬영 3일 전 녹취한 음성 파일을 공개했는데. 이를 듣던 MC 소유진은 입을 가리며 경악했고, MC 문세윤은 “아이들이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다”며 진심으로 걱정했다. 오은영 박사는 녹취를 듣고 난 후, 역대급 단호한 태도로 부부와 가정을 위한 일침을 날렸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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