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이름이 헛되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의 한자성어다. 재정비를 마치고 37일 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타자 오재일이 방망이를 매섭게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과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한 오재일은 올 시즌 11경기에 나서 타율 1할6푼7리(36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2득점에 그쳤다. 지난달 6일 1군 엔트리 말소 후 퓨처스 무대에서 뛰면서 재정비에 나섰다.
오재일은 지난 1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1군에 복귀했고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첫 타석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재일은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NC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1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4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중간 3루타로 연결했다. 이성규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득점 성공.
4회 1루 땅볼로 물러났던 오재일은 6회 1사 후 김영웅의 우전 안타, 류지혁의 우익수 방면 2루타로 만든 2,3루 찬스에서 싹쓸이 2루타를 날렸다. 8회 2루 땅볼, 9회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삼성은 NC를 7-2로 꺾고 NC와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SBS 스포츠와의 방송 인터뷰에 나선 오재일은 강봉규 퓨처스 타격 코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2군에 처음 내려갔을 때 타격자세를 고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생각이 많아졌다”면서 “강봉규 타격 코치님과 최대한 심플한 타격자세로 준비했는데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7일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온 오재일. 2회 첫 타석에 들어섰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굉장히 어렸을 때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할 때 그때 심정이었다. 한 달 넘게 2군에 있다가 와서 어색했다. 떨렸던 건 아니었고 설렜다”. 오재일의 말이다.
1734일 만에 우중간 3루타를 날린 그는 “굉장히 오랜만이라 그런지 다리가 풀릴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그동안 팬들의 함성이 그리웠던 오재일은 “많은 팬들 앞에 오랜만에 섰는데 함성을 오랜만에 들으니 너무 좋다. 팀도 아주 잘하고 있고 저도 준비 열심히 하는 만큼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일만 남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한편 박진만 감독은 “오재일 선수도 복귀하자마자 팀이 승리하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베테랑 타자의 화려한 복귀를 반겼다.
주장 구자욱(외야수)은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오)재일이 형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확실히 재일이 형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오늘 경기에서 드러났다. 재일이 형이 복귀하면서 타선의 무게감과 팀 분위기 모두 좋아졌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