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충고일까 형식적인 칭찬일까.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이 위기에 빠진 에릭 텐 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아르테타 감독은 경기장에 경질 요구가 울려퍼진 텐 하흐 감독에게 지지를 보냈다"라고 보도했다.
아스날과 맨유는 13일 오전 0시 30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7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아스날은 승점 83점으로 1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85)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남은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만약 아스날이 한 번이라도 미끄러진다면 우승 희망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승점 54점인 맨유는 치열한 6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어느덧 한 경기씩 더 치른 뉴캐슬과 첼시(이상 승점 57)에 역전을 허용하며 8위까지 밀려났다.
맨유는 분위기가 최악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조별리그 꼴찌로 탈락한 것도 모자라 리그까지 망칠 위기이기 때문. 맨유는 리그 35경기에서 52골을 넣었고, 55골을 내줬다. 득점보다 실점이 많다.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 UEFA 컨퍼런스리그 진출권도 따내기 쉽지 않다.
특히 지난 7일 크리스탈 팰리스전 0-4 대패가 큰 충격이었다. 맨유는 어느덧 시즌 13패째를 떠안으며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패 기록까지 세웠다. 55실점 역시 1976-1977시즌 이후 47년 만의 최다 실점이다.
이미 현지에서는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맨유 수뇌부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는 토마스 투헬 감독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맨유 팬들도 경기장에서 '텐 하흐 아웃'을 외치는 등 그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하지만 아르테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맨유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텐 하흐 감독의 거취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오직 감독으로서 텐 하흐 감독에 대해 생각하는 바만 말할 수 있다. 그는 훌륭한 감독이고, 난 그의 팀인 아약스와 맨유를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텐 하흐 감독에게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르테타 감독은 "난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 그와 맞대결을 준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잇있다. 우리는 동료이고, PL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격차가 적은 리그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시간을 얻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아르테타 감독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일까. 그는 지난 2019년 아스날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두 시즌 연속 리그 8위에 그치며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아스날 보드진은 계속해서 신뢰를 보냈고, 아르테타 감독도 팀을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펼치는 팀으로 바꾸며 믿음에 보답했다.
텐 하흐 감독도 자신은 맨유에 남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난 구단주들이 날 경질할 것인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난 팀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임무다. 보드진에게 상식이 있다면 난 경질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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