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KBO리그 시절 가장 두려워했던 ‘천적’ 좌완 투수 브룩스 레일리(36·뉴욕 메츠)가 시즌 아웃 위기에 놓였다. FA를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레일리가 시즌 종료 수술로 이어질 수 있는 왼쪽 팔꿈치에 대한 2차 진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레일리는 지난달 22일 팔꿈치 염좌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투구 후 회복 속도가 더뎌 고생한 레일리는 팔꿈치 주변에 비정상적인 부종까지 경험했다. 최초 MRI(자기공명영상) 검진 때는 음성판정 나왔고, 코티손 주사를 맞아 투구 프로그램을 재개했지만 부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취재진을 만나 팔꿈치에 최소한의 인대 손상이 있다고 밝힌 레일리는 “아직 자세한 내용을 모르곘지만 최초 진단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몇 가지 다른 의견을 들었고, 현명을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15일 텍사스의 정형외과 전문의 키스 마이스터 박사를 만나 상태를 확인한 뒤 수술을 할지, 아니면 재활로 치료 방법을 찾을지 결정한다.
MLB.com은 ‘레일리가 수술을 받는다면 토미 존 수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남은 시즌을 결장할 수 있고, 메츠에서의 선수 생활이 끝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11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2+1년 최대 1525만 달러에 FA 계약한 뒤 2023년부터 메츠에서 뛰고 있는 레일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다시 FA가 된다.
만약 이대로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이 끝나면 최소 1년 재활이 필요하다.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수술과 재활 기간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커리어도 크게 휘청일 수 있다. 레일리가 선뜻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고민의 시간이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재활로 공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레일리는 “팔꿈치 손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부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당연히 통증 없이 던지는 게 최고”라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레일리는 지난 2015~2019년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5년을 뛰며 구단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통산 152경기(910⅔이닝) 48승53패 평균자책점 4.13 탈삼진 755개를 기록했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로 남아있는 2017년에는 30경기(187⅓이닝) 13승7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활약했다. 좌완 스리쿼터로 공을 숨기고 나오는 디셉션이 좋아 좌타자들에게 저승사자로 통했다.
2019년 시즌을 마치고 롯데와 재계약이 결렬돼 미국으로 돌아간 레일리는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때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빅리그에 복귀했다. 이후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된 뒤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자리잡았고,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냈다. 이후 탬파베이와 FA 다년 계약을 하더니 메츠를 거쳐 올해까지 최근 5년간 213경기(184⅓이닝) 5승8패12세이브70홀드 평균자책점 3.42. 2022~2023년 각각 탬파베이와 메츠 소속으로 2년 연속 25홀드에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위력을 떨쳤다. 올해도 부상 전까지 8경기(7이닝) 1승4홀드 평균자책점 0.00.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와 재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레일리 상대로 15타수 무안타 1볼넷 1사구 6삼진으로 꽁꽁 막혔다. 레일리의 공에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그를 상대하고 난 뒤 타격 밸런스와 리듬이 깨져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자 2019년에는 레일리가 선발로 나오는 날 아예 라인업에서 빠질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