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시절 39세 베테랑 허도환에게도 밀렸던 백업 포수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뒤 확 달라졌다. 2차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두산의 지명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시즌을 약 30% 소화한 현재 양의지의 뒤를 받치는 제2의 안방마님은 김기연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포수 김기연을 두고 “양의지의 백업포수 0순위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LG 포수 김기연을 지명하며 안방 뎁스를 보강했다. 드래프트 시점 기준 장승현, 안승한, 박유연, 윤준호 등 수많은 백업 포수 자원을 보유한 두산이었지만 예상 외로 포수를 또 영입하며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진흥고 출신의 김기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4라운드 34순위 지명을 받은 뒤 수년째 2군 생활을 전전했다. 입단 후 LG에서 무려 8년을 보냈지만 통산 1군 기록이 42경기 타율 1할4푼 3타점이 전부였고, 팀이 29년 만에 우승한 지난해에도 알을 깨지 못하고 28경기 타율 1할1푼8리 2타점으로 부진했다. 39세 베테랑 포수 허도환에게도 밀렸던 선수였다.
두산은 김기연 지명 이유에 대해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포수로,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명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갖췄다. 좋은 재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라며 “국내 최고의 포수이자 광주진흥고 직속 선배인 양의지가 성장에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역시 양의지의 뒤를 받치는 제2의 포수로 장승현을 낙점한 이승엽 감독. 그러나 장승현이 반전 없이 9경기 타율 2할을 남긴 채 4월 22일 2군으로 내려갔고, 김기연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기연의 눈에 띄는 지표는 타격이다. 두산은 지난해 장승현이 76경기 타율 1할5푼8리에 그치며 백업 포수 공격력 보강이 절실했는데 김기연이 17경기 타율 3할4푼(47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OPS .780으로 활약하며 갈증을 해소시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잠실 NC전에서 감격의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고, 최근 3경기 연속 안타를 비롯해 10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의 가공할만한 화력을 선보였다.
수비의 경우 보완점이 많이 보이지만 사령탑은 이를 선수의 실력이 아닌 경험 부족으로 바라봤다. 11일 잠실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김기연은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제(10일)처럼 블로킹 미스가 나오기도 하지만 경기를 계속 나가면서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세리자와 배터리코치와 연습도 많이 하고, 생각보다 노력도 많이 한다. 똘똘한 선수다. 특히 타격할 때 그런 부분이 느껴진다”라고 평가했다.
김기연은 10일 잠실 KT전에서 루키 김택연에게 직구 14개를 요구해 3타자 연속 삼진쇼를 합작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김택연의 경우 빠른 직구를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던져서 헛스윙을 많이 유도한다. 김택연의 그런 장점을 김기연이 잘 캐치한 모습이었다. 물론 결과론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포수로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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