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진의 클래스 차이가 승패를 가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가 거미줄 외야진을 과시하면서 ‘엘롯라시코’ 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LG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LG는 4연승을 질주했고 ‘엘롯라시코’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시즌 22승18패2무.
이날 선발 손주영은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손주영의 완벽투와 승리의 밑거름은 탄탄한 수비였다. 특히 외야진 수비력에서 LG가 월등하게 앞서면서 실점을 차단했고 상대의 본헤드 플레이까지 유도해냈다.
2-0으로 앞서가던 6회말, 1사 후 레이예스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손주영은 전준우에게 좌익수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다. 넘어갈 듯한 말듯한 타구는 담장 앞에서 뚝 떨어졌다. 이때 문성주가 점프를 하면서 팔을 쭉 뻗어 타구를 걷어냈다. 타구가 최소 담장은 맞는 줄 알았던 1루 주자 레이예스는 2루를 넘어섰다. 황급히 귀루했지만 LG는 중계플레이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문성주는 슈퍼캐치를 한 뒤 릴레이 송구까지 매끄럽게 해내면서 1루 주자 레이예스까지 아웃시켰다. 손주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전준우와 레이예스 모두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선발 손주영은 “6회에는 그 타구가 잡혀서 ‘됐다’라고 생각했다”라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다. 8회 다시 한 번 고비가 찾아왔다. 필승조 김유영이 선두타자 윤동희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고승민에게도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익수 홍창기가 나섰다.
홍창기는 자신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정확히 예측해 펜스플레이를 펼쳤다. 타구를 한 번도 더듬지 않았고 곧바로 2루에 송구했다. 발 빠른 고승민도 홍창기의 정확한 송구에 저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무사 2,3루 혹은 무사 1,3루 위기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홍창기가 차단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수비가 결정적이었다. 레이예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맞이한 1사 1,3루에서 전준우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홍창기의 수비로 최소실점으로 틀어막고 1점 차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도 “6회와 8회에 문성주와 홍창기의 좋은 수비가 경기의 흐름을 우리쪽으로 계속 끌고갈수 있게 해주었고 승리의 발판이 된 집중력있는 수비를 칭찬해주고 싶다”라면서 수비 집중력에 박수를 보냈다.
반면, 롯데는 위기와 실점 과정에서 허술한 외야수비를 선보였다. 2회 선두타자 김범석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는데 우익수 레이예스가 타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안타를 만들어줬다. 강한 맞바람의 영향으로 타구가 앞에 떨어지긴 했지만 아쉬운 수비였다. 결국 이 수비 때문에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선발 애런 윌커슨의 개인 역량으로 무실점으로 극복했지만 이 위기로 피로도는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4회 선제 실점 과정에서도 좌익수 전준우의 아쉬운 수비가 있었다. 박동원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주춤 거리면서 대시를 했고 결국 원바운드 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루에서 구본혁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결국 선제 실점했고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외야진 클래스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이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