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무대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제2의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페디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무패)째를 신고했다.
시작부터 상쾌했다. 브라이언 로시오-안드레스 히메네스-호세 라미레즈를 만난 1회 공 15개를 이용해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이후 1-0으로 리드한 2회에도 조시 네일러-데이비드 프라이-윌 브레넌의 중심타선을 삼자범퇴 처리했다. 프라이 상대 2B-1S 불리한 카운트에 처했지만 2연속 파울 유도 이후 KBO리그에서 뽐냈던 스위퍼를 앞세워 헛스윙을 유도했다.
3-0으로 앞선 3회 첫 위기를 맞이했다. 1사 후 타일러 프리먼을 사구, 카일 만자도를 우전안타로 출루시키며 1사 1, 3루에 몰린 것. 그러나 로시오를 유격수 직선타, 히메네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페디는 4회 라미레즈, 네일러, 프라이를 만나 다시 삼진 2개를 곁들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스위퍼, 스플리터, 커터 조합을 통해 클리블랜드 강타선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여전히 3-0으로 리드한 5회에는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선두 브레넌, 후속 보 네일러 상대로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 1, 2루를 맞이했지만 프리먼을 병살타, 만자도를 1루수 땅볼 처리, 시즌 3승 요건을 갖췄다.
6회 역시 삼자범퇴로 막아낸 페디는 7회 선두 조시 네일러, 프라이, 브레넌 상대로 3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 무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화이트삭스 벤치는 페디를 내리고 조던 레저를 올리는 결단을 내렸고, 레저는 첫 타자 보 네일러와 프리먼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만자도를 2루수 땅볼 처리하며 페디의 승계주자 3명을 모두 지워냈다. 페디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3.46에서 3.00으로 떨어졌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 화이트삭스는 시즌 3승을 맛본 페디를 앞세워 1위 클리블랜드를 3-2로 꺾고 시즌 10승(28패)째를 올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경기 후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페디는 커터(30구), 스플리터(28구), 싱커를 주무기로 이용했다. 총 8차례의 땅볼 아웃을 유도했고, 지금까지 8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라고 페디의 투구 내용을 높게 평가했다.
페디는 “많은 것을 섞어서 던질 수 있는 하루였다. 오늘 같은 경우 체인지업이 정말 좋았다”라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피칭 내용은 아니었지만 공이 대부분 땅볼이 됐고, 많은 선두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었다. 이는 많은 삼자범퇴 이닝으로 이어졌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페디의 위력투에 상대팀 선수들도 혀를 내둘렀다. 클리블랜드 우익수 윌 브레넌은 “투수의 목표는 타자들의 머리를 앞뒤, 그리고 위아래로 움직이게 교란시키는 것이다. 오늘은 페디가 커터를 이용해 그런 부분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페디의 커터는 상당하 까다로우며, 위로 향할 경우 치기 어렵다”라고 바라봤다.
페디는 지난해 KBO리그 NC 다이노스 에이스를 맡아 30경기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의 압도적 투구를 펼쳤다. 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209개), WHIP(0.95), 피안타율(.207) 1위, 퀄리티스타트 공동 2위(21회), 이닝 4위(180⅓이닝) 등 화려한 시즌을 보내며 2년 1500만 달러(약 205억 원)에 메이저리그 화이트삭스와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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