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우완 투수 주현상(32)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환호성이 커진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0.75로 리그 최고의 안정감을 보이며 마무리로 승격된 주현상의 달라진 위상을 느끼게 한다.
지난 10일 대전 키움전에서도 4-4 동점으로 맞선 9회초 주현상이 불펜 카에서 내리자 관중들이 크게 환호했다. 그 이유를 마운드에서 보여줬다. 첫 타자 이용규를 몸쪽 낮게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 잡고 시작한 주현상은 로니 도슨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혜성을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이주형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10회초 멀티 이닝도 문제없었다. 송성문을 우익수 뜬공, 고영우를 중견수 뜬공, 김휘집을 우익수 뜬공으로 삼자범퇴 정리했다. 곧 이어진 10회말 한화는 요나단 페라자의 우중월 솔로 홈런에 힘입어 5-4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주현상이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개인 최다 33개의 공을 던졌는데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0km, 평균 147km로 측정된 힘 있는 직구(17개) 외에도 커브(8개), 체인지업(5개), 슬라이더(3개) 등 변화구를 고르게 잘 썼다.
경기 후 주현상은 “팀이 자주 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분 좋게 이겨서 너무 좋다. (3일 광주 KIA전 이후 7일 만에) 오랜만에 나와 조금 걱정되긴 했는데 자신 있게 던지다 보니 공이 잘 들어갔다”며 동점 상황에 나간 것에 대해서도 “이기든 지든 비기든 항상 나가서 전력으로 전력으로 던져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55경기(59⅔이닝) 2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1.96으로 활약하며 필승조로 거듭난 주현상은 올해 셋업맨으로 시작해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17경기에서 3승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1.37을 기록 중이다. 10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세이브 공동 1위인 SSG 문승원(2.70), KIA 정해영(2.81), 3위 삼성 오승환(1.89), 4위 LG 유영찬(1.96)보다 더 좋은 기록이다.
세부 기록은 더 좋다. 19⅔이닝 동안 삼진 17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9이닝당 볼넷 0.46개에 불과한 안정된 제구가 최고 강점이다. 피안타율도 2할밖에 되지 않아 WHIP도 0점대(0.76)로 압도적이다. 3이닝 이상 던진 리그 전체 투수 185명 중 독보적인 1위. 이제는 주현상이 마운드에 오르면 한화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선수단은 물론 팬들에게도 커졌다.
주현상은 “마무리가 중간보다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중간에선 언제 6~7~8회 중 언제 나갈지 모르지만 마무리는 8~9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내 루틴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는 게 편하다”며 “불펜에서 최후의 자리다. 팀의 승패가 나한테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은 있지만 즐기면서 하고 있다. 투수로 4년째 1군에 있는데 최고 좋은 자리로 온 만큼 책임감을 갖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4월 이후 팀이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주현상에게 세이브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 게 너무 아쉽다. 이날 등판도 일주일 만에 나선 것이었다. 등판 간격이 길어 컨디션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주현상은 “자주 나가야 컨디션이 좋아지는 편이다. 자주 등판하는 게 좋은데 우리도 언제든 연승할 수 있고, 많이 이길 수 있는 기간이 올 것이다. 자주 던질 수 있길 기대한다”며 팀의 반등도 바랐다.
요즘 주현상의 존재감은 그 어느 팀의 마무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마운드에 오를 때 몰라보게 커진 환호성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 대해 주현상은 “다른 팀 마무리투수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지금도 너무 좋지만 불펜 차에서 내릴 때 팬분들이 더 크게 환호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내가 나가면 무조건 끝낼 수 있으니까 ‘이겼다’ 생각하고 환호해주시면 더 열심히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가장 배우고 싶은 마무리 모델로는 올해부터 잔류군 플레잉코치를 맡고 있는 정우람을 꼽았다. “마무리로서 제일 본받고 싶은 선수는 (정)우람이형이다. SK 시절부터 우리 팀에 와서도 마무리를 오래하셨고, 경기도 많이 나가셨다. 그 경기보다 한참 부족하고, 따라갈 수도 없지만 나도 최대한 많은 경기나갈 수 있게 잘하겠다”는 것이 주현상의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