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디트릭 엔스가 기사회생했다. 엔스는 챔피언의 1선발로 다시금 부활하기 시작했다.
엔스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이 9-1로 승리를 하면서 승리 투수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엔스는 위기의 남자였다. 올 시즌 8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5.14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3경기에서는 좀처럼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이 8.36(14이닝 13자책점)이었다. 피안타는 25개나 맞았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투수코치, 전력분석팀이 머리를 맞대고 엔스를 가장 좋았던 시기로 교정을 했다고 전했다. 팔 각도를 높여서 엔스의 구종 가치를 가장 좋았을 때로 되돌려 놓는 작업을 수행했다.
약간의 조정을 한 효과가 나온 것일까. 이날 엔스는 시즌 초반의 위력을 되찾았다. 3회 실점을 하긴 했지만 실책이 포함된 실점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며 최소 실점으로 틀어막았다.
3회 선두타자 이주찬을 3루수 땅볼로 잡아냈지만 윤동희에게 2루수 내야안타를 맞았다. 이후 고승민에게는 1루수 키를 큰 바운드로 넘어가는 타구를 허용해 2루타가 됐다.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면서 레이예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구본혁의 송구 실책으로 아웃카운트 추가 없이 실점했고 1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2-1로 추격을 당했다. 그러나 계속된 1사 1,3루 위기에서 전준우와 정훈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엔스는 완벽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4회 나승엽을 2루수 땅볼, 유강남을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박승욱의 기습번트 시도는 포수 박동원이 침착하게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5회에도 이주찬을 2루수 땅볼, 윤동희를 우익수 직선타, 고승민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승리 요건을 획득했다.
그리고 타선은 6회 다시 4점을 뽑아내면서 엔스에게 확실한 승리 요건을 챙겨줬다. 6회 레이예스를 3루수 땅볼,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2사 후 정훈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나승엽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해 6회까지 매듭지었다.
7회 선두타자 유강남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엔스. 하지만 대타 오선진과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투구수는 105개를 찍은 상황. LG 벤치는 넉넉한 점수차였기에 무리시키지 않았다. 김대현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김대현은 이주찬을 우익수 뜬공, 윤동희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마무리 지었고 엔스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날 엔스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은 4.66으로 다시 떨어졌다. 경기가 끝나고 염경엽 감독은 구단을 통해 엔스의 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력분석팀과 투수 파트를 극찬했다. 염 감독은 “전력분석에서 피칭 디자인을 바꿔주면서 박동원이 좋은 리드를 할수 있었다. 또 투수 코치가 투수 플레이트를 3루로 조정하며 체인지업의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주고 팔의 각도를 높여준 점 등이 주효헸다”라면서 “전력분석과 투수코치의 노력 덕분에 엔스가 오늘 좋은 피칭을 해주었고 다음 경기도 기대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100만 달러, 약 13억 원을 들인 만큼 엔스는 1선발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최고 151km의 패스트볼 41개, 커터 29개, 체인지업 22개, 커브 13개를 던지면서 안정적인 피칭을 펼쳤다. 낮아진 팔 각도의 원인이었던 커브 구사를 줄이고 커터와 체인지업 등 원래 강점을 갖고 있는 구종을 극대화 하며 반전을 마련했다.
10일 경기가 끝나고 엔스는 그동안의 교정 과정에 대해서 “전력분석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미팅을 진행했다. 팔 각도가 낮아졌다는 점을 짚어주셨고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찍어 던지는 느낌으로 던지려고 했던 게 도움이 됐다. 기본적인 점들을 지켜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면서 “지금 팔 각도나 몸 상태 모두 좋다. 일단 건강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다. 등판 마다, 매주 마다, 하루하루 무엇을 더 개선시키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코칭스태프, 전력분석팀과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있다”라면서 주위의 도움 그리고 원활한 소통에 대해서 설명했다.
주위의 조언과 전력분석팀의 피드백을 오차 없이 실행하는 게 엔스 자신의 몫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 커뮤니케이션이 훌륭하고 원활하다. 제가 무엇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지 방향성을 잘 제시해주고 있다”라며 “전문적인 시직을 갖고 잘 설명해주는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에 든든하다. 내가 할 일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마운드에서 제 공을 던지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3경기 부진으로 엔스는 KBO리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재차 느꼈다. 이제는 더더욱 긴장하고 한 번 더 곱씹으며 피칭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엔스는 “한국 타자들 수준이 높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실투를 줄여야 할 것 같다. 실투는 한국 타자들이 절대 놓치지 않기 때문에 실투를 최소화하고 마운드에서 집중하고 신경써서 공을 던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각하지 않았던 부진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현실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더 노력해서 반등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동안 좌절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보다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제 다시 볼배합이나 타자 성향들을 생각해서 볼배합을 조정하고 포수가 사인 내는 대로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연습을 당연히 더 할 것이다”라면서 부활의 각오를 다졌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