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는 LG와의 경기에서 1-9로 대패를 당하면서 6연승에 실패했다. 탈꼴찌도 무산됐다. 경기가 종료되고 약 20여 분이 지났다. 1만 5731명의 관중들의 함성이 모두 잠잠해지고 고요해졌다. 관중석 청소가 시작되는 시간. 이때 훈련 보조 요원, 그리고 김민호 수비코치가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를 내야수 이주찬이 따랐다. 훈련을 할 모양새였다.
정규시즌이 도중 경기 후에도 훈련을 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장면은 아니다. 경기가 끝나고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은 선수들은 추가적으로 훈련을 하고 퇴근하기도 한다. 주로 타격 훈련에 해당되고 또 야외가 아닌 실내 배팅장에서 훈련을 실시한다. 수비 훈련도 이따금씩 진행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이날 김민호 코치와 이주찬이 다시 그라운드에 나선 이유는 흔치 않은 수비 훈련이었다. 김민호 코치는 이날 9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주찬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했다. 김민호 코치 뿐만 아니라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3루에서의 장면들에 짙은 아쉬움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롯데는 5개의 실책을 범했다. 결과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졸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주찬의 지분이 적지 않았다. 이주찬은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동원의 3루 선상 강습 타구를 놓쳤다. 강한 타구에 백핸드 자세가 아닌 몸 전체가 따라가다가 타구를 외야로 빠뜨렸다. 대응력에 아쉬움을 남기면서 박동원을 2루까지 내보냈다. 이주찬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6회, 1-2의 접전 상황에서 선발 박세웅이 김범석 문보경 대타 홍창기에게 3연속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다시 박동원이 들어섰다. 박동원은 초구를 때렸고 다시 이주찬 쪽으로 향했다. 강한 땅볼 타구는 이주찬의 옆을 꿰뚫었다. 이주찬은 2회와 비슷한 타구에 비슷한 자세로 타구를 잡으려고 했다. 결국 타구를 막지 못하고 빠뜨렸다. 3타점 싹쓸이 2루타가 됐다. 이후 이주찬은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3루까지 향한 박동원과 충돌, 주루방해까지 범했다. 이주찬의 실책으로 기록이 되면서 팽팽했던 승부는 LG쪽으로 기울었다.
이날 3루 풀타임을 소화한 이주찬이었지만 경기 후 김민호 코치의 보충 수업을 피할 수 없었다. 김민호 코치는 이주찬을 붙들며 강습타구에 대한 자세를 몸소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김민호 코치의 빠르고 강한 펑고가 이어졌다. 이때 이주찬의 얼굴에는 포수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강한 펑고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에 보호차원이었다. 또한 이주찬이 강습타구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있었다.
김민호 코치와 이주찬의 훈련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김민호 코치의 힘이 빠지자 유재신 코치가 대신 펑고를 치면서 이주찬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주찬이 약점이 없고 더 나은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펑고로 대신했다.
김민호 코치는 이주찬이 잠깐의 신데렐라 선수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터. 이주찬은 지난 9일 사직 한화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데뷔 첫 홈런이었다. 또한 ‘천재’이자 ‘포스트 이정후’로 불리는 동생 이주형(키움)과 동반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2021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올해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고 1군에서 출전 기회를 늘려가고 있었다. 지난 4월7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고 하루 만에 추락했다. 어제의 스타는 영원하지 않았다. 김민호 코치의 열정은 사직구장의 밤을 더 빛나도록 했고 이주찬도 김민호 코치를 묵묵히, 그리고 기꺼이 따라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