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쿼터에 이어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최대어를 품은 페퍼저축은행이 3년 연속 최하위 충격을 딛고 비상할 수 있을까.
2024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가 지난 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홀리데이 인 앤드 스위트 두바이 사이언스 파크에서 열렸다. 7일부터 시작된 공식 일정은 9일 오전 최종 평가 훈련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9일 현지시간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8시) 열린 드래프트 첫 순서는 확률 추첨이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초청 선수 37명, 기존 선수 4명 등 총 41명이 드래프트를 신청했다. 그 중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1·카메룬)와 지젤 실바(31·쿠바)는 원소속팀인 현대건설, GS칼텍스가 전날 재계약을 신청함에 따라 한국 무대를 밟게 됐다.
우선계약을 마친 구단까지 포함해 지난 시즌 성적 역순으로 7위 페퍼저축은행(35개), 6위 한국도로공사(30개), 5위 IBK기업은행(25개), 4위 GS칼텍스(20개), 3위 정관장(15개), 2위 흥국생명(10개), 1위 현대건설(5개)의 구슬이 배분됐다.
가장 먼저 나온 건 페퍼저축은행의 흰색구슬이었다. 이어 정관장, 한국도로공사, IBK기업은행, GS칼텍스, 흥국생명, 현대건설 순으로 지명 순서가 결정됐다.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은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신임 감독은 바르바라 자비치(29·크로아티아·1m91㎝)를 지명했다. 자비치는 아포짓 선수 중 높이와 공격력이 뛰어나 여러 구단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장소연 감독은 "내가 원하는 선수를 뽑아서 좋다. 한국에서 올 때부터 몇 명의 선수를 정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선수였다. 신장이나 파워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미국에서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을 만큼 생활 면도 훌륭했다"라며 "현장에 왔을 때 눈에 띈 게 코치진이 연습에 대해 설명했을 때 다른 선수들에게 설명할 만큼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앞서 열린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미들블로커 장위(중국·1m97㎝)를 선발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최고 수준의 높이를 구축하게 됐다.
장 감독은 "높이에서 밀리면 경기하기가 어렵다. 아시아쿼터 장위를 영입하면서 잘 구축됐고, 외국인선수까지 이어졌다. 그 높이를 잘 살릴 수 있는 훈련이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아포짓 스파이커에 포커스를 두긴 했지만, 너무 좁혀질 수 있어서 광범위한 선수를 봤다"라고 설명했다.
전체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행이 확정된 바르바라 자비치는 "(1순위 지명) 순간에는 큰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가족과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을 받으니 실감이 난다"라며 "한국리그를 오랫동안 지켜봐왔고, 도전하고 싶었다. 충분히 성장하고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다. 리그가 잘 조직돼 있고, 배구 수준이 높은 거 같아서 지원하게 됐다. 선수로서도 성장하고, 팀이 성장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한국에 언젠가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게 돼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 4년 장학금 수령에 대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자비치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학교에 다닐 땐 공부벌레였다. 높은 성적을 받아서 교수들이 왜 공부를 그만두는지 이해를 못하셨다. 1년만 더 하면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는데 미국에 간 것 자체가 배구를 하고 싶어서였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고, 부상을 당해서 커리어가 끝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비해 대학에 갔다"라고 전했다.
이어 "크로아티아에서는 운동과 공부를 높은 수준에서 하기 어려워 미국으로 갔다. 교수님들은 공부를 더 하라고 했지만, 선수 생활하고 싶을 땐 하고 공부를 하고 싶을 땐 나중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페퍼저축은행에서 뛴 야스민은 같은 대학은 아니지만 알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5승 31패(승점 17) 최악의 부진 속 V리그 여자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여자부 최다 연패 기록인 23연패 불명예를 안았고, 선수단 내홍 사태까지 휘말리며 창단 후 가장 우울한 시즌을 보냈다. 다가오는 새 시즌 장소연 신임 감독 선임에 이어 장위, 자비치 트윈타워 구축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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