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타격코치 교체라는 충격 요법으로 6연패를 끊었다. 21경기 만에 모처럼 두 자릿수 득점을 폭발했는데 그 시작이 ‘주장’ 채은성(34)의 싹쓸이 3타점 2루타였다.
한화는 지난 27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강동우 퓨처스 타격코치가 1군에 올라오며 정현석 코치와 자리를 바꿨다. 팀 타율 10위로 떨어지며 타격 주요 지표가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한화는 5일부터 26일까지 18경기에서 3승15패(승률 .167)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개막 10경기 8승2패의 폭발적인 기세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5연패, 3연패, 6연패를 반복하면서 순위가 8위까지 떨어진 사이 선수단이 느끼는 중압감도 갈수록 커졌다. 결국 한화는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타격코치 교체 카드를 꺼냈고, 첫 날부터 10-5 완승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채은성의 한 방이 결정적이었다. 1회 1사 만루에서 두산 선발 박정수의 초구 몸쪽 직구를 통타, 중견수 키 넘어 펜스를 맞히는 큼지막한 타구로 주자 3명 모두 홈에 불러들였다. 싹쓸이 3타점 2루타. 꽉 막혔던 한화 타선의 혈을 뚫은 시원한 한 방으로 이날 경기 결승타가 됐다. 그 전날(26일) 두산전에서 홈런 포함 2안타를 터뜨린 채은성은 2경기 연속 장타로 감을 잡기 시작한 모습이다.
경기 후 채은성은 “중요한 승리였다. 이겨서 다행이다”며 안도한 뒤 “팀이 안 좋을 때는 득점권 찬스에서 (볼카운트가) 몰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지만 처음 나간 타자가 해결 못하면 그 뒤의 타자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연패 기간이다 보니 (초구부터) 내가 해결하고 싶었는데 잘됐다”고 말했다.
이날 타격코치 변동에 대해 채은성은 “사실 코치님들은 항상 선수들을 도와주신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해도 선수들이 풀어내지 못하면 코치님들이 도와주시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선수들이 잘하는 수밖에 없다”며 선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자책했다.
채은성 개인적으로도 개막 10경기에선 타율 2할8푼9리(38타수 11안타) 1홈런 9타점 OPS .823으로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12경기 타율 1할7푼(47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 OPS .475로 페이스가 꺾였다. 이 과정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 7일 고척 키움전 10회 2사 1,3루에서 우중간 펜스 근처로 날아간 장타성 타구가 키움 중견수 이주형의 슈퍼 캐치에 걸렸다. 12일 대전 KIA전에선 1루 수비 중 바운드된 타구에 맞아 오른손 엄지를 다치며 열흘간 공백기를 가졌다.
여러모로 운도 없었지만 채은성은 “손가락 상태는 (타격 부진과) 전혀 관계가 없다. 내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핑계밖에 안 된다. 아픈 걸 떠나 좋은 밸런스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안 좋을 때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 타자는 힘들어진다. 하지만 공이 배트에 맞은 다음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인사도 잘하고, 밥도 많이 사주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멘탈 관리 비법을 이야기했다.
한화 이적 2년차가 된 채은성은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큰 시즌의 주장을 맡아 책임감이 막중하다. “고참이고, 주장인데 중요한 시기에 힘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연패 중이라 더욱 그랬다. 선수들 각자 다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누구 하나 안 힘든 사람이 없다”고 털어놓은 채은성은 “(노)시환이도 기대치가 커지다 보니 부담감이 커 보인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시환이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가 더 창창한 선수다. 이런 시간들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위가 8위까지 떨어졌지만 27일에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만20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부터 14경기 연속 매진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을 29년 만에 깨더니 2경기 더 늘렸다. 성적에 관계없이 일편단심으로 성원을 보내는 한화 팬들에 대해 채은성은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많은 관심 속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지만 팬분들 응원에 힘을 내서 하고 있다. 좋은 경기로, 승리로 보답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