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허훈은 놔두라고" 모든 건 전창진 감독 계획대로...사제대결서 한 수 가르쳤다[오!쎈 수원]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4.27 15: 57

모든 게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의 손바닥 위였다. 전창진 감독이 '제자' 송영진 수원 KT 감독과 지략대결에서 완벽히 승리했다.
부산 KCC는 27일 오후 2시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수원 KT를 90-73으로 꺾었다. 7전 4선승제 챔프전의 시작을 알리는 완벽한 승리였다.
이로써 KCC는 기선 제압에 성공하며 우승 확률 69.2%를 거머쥐었다. 역대 챔프전을 살펴보면 1차전을 이긴 26팀 중 18팀이 정상에 올랐다.

두 팀 중 누가 우승해도 새로운 역사다. KCC는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5번 시드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5위를 차지한 팀이 챔프전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KCC는 KT와 달리 플레이오프(PO) 우승을 5차례 기록했지만, 지난 2010-2011시즌 이후로는 명맥이 끊겼다.
KT는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을 꿈꾼다. 현재 KT는 LG,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챔프전 우승이 없는 세 팀 중 하나다. 챔프전 진출 자체가 지난 2006-2007시즌 이후 17년 만이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전부터 "KT는 패리스 배스와 허훈이 중요하다. 둘한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머지 선수들을 잡는 방향으로 생각 중"이라고 선언했다. 둘은 마음 먹고 막아도 제어하기 어려운 선수들인 만큼 내줄 건 내주고 다른 득점원을 묶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만큼 배스와 허훈은 이번 플레이오프(PO)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배스는 평균 29분 52초를 뛰면서 27.6점, 12,6리바운드, 2.4스틸을 기록했고, 허훈도 평균 28분을 소화하며 6초 14.2점, 3.4어시스트를 자랑했다.
실제로 KCC는 배스를 필사적으로 막지 않았다. 그 결과 배스는 전반에만 20점 7리바운드를 올리며 펄펄 날았다. 자신을 수비하는 알리제 존슨도 손쉽게 따돌리는 모습이었다. 허훈도 14분 33초 동안 6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KT는 41-39로 근소하게 앞선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 전창진 감독의 계산 안이었다. KCC는 2쿼터에 라건아를 푹 쉬게 하면서도 접전을 이어갔고, 후반 들어 미친 화력을 자랑하며 KT를 정신없이 흔들어댔다.
KCC는 사실상 3쿼터에서 승부를 끝내버렸다. 허웅을 시작으로 여러 선수가 연달아 득점을 터트리며 15-0 런을 만들었다. KT 벤치에서 급하게 타임아웃을 사용했지만, 한 번 불붙은 '슈퍼팀'의 화력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KCC는 72-55로 3쿼터를 마무리하며 승기를 잡았다. 송교창이 10분 동안 13점을 쓸어담았다. 허훈에게 잠시 반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허웅의 골밑 돌파로 곧장 분위기를 뺏어왔다. 허웅이 동생 허훈의 공을 스틸하며 속공 득점을 올린 뒤 포효하는 모습이 하이라이트였다.
KT는 후반에도 배스와 허훈을 앞세워 반전을 노려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배스도 1, 2쿼터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동료들의 공격이 계속 막히니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였다. 흐름을 잡은 KCC는 4쿼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며 적지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결국 1차전 승리의 주인공은 KCC가 됐다. "2쿼터 내용이 좋아야 한다. 초반에는 어느 정도 간만 보는 경기를 만들고 3, 4쿼터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경기를 하려 한다"라던 전창진 감독의 계획은 현실이 됐다.
이번 경기는 허웅과 허훈의 형제 대결뿐만 아니라 두 감독 간의 사제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송영진 감독은 KT에서 활약하던 시절 전창진 감독 밑에서 뛴 적 있다. 미디어데이에서 송영진 감독은 "승부는 승부다. (전창진) 감독님을 넘어서 우승에 다가서겠다"라고 다짐했고, 전창진 감독은 "이젠 제자가 아니라 후배다. 양보할 마음은 없다"라며 봐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1차전은 전창진 감독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가장 높은 무대에서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난 제자에게 한 수 가르쳐준 전창진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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