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4강에 환호' 김민재, 주전 경쟁은 빨간불?...다이어 '베를린 장벽' 모드→베스트 11 선정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4.19 08: 09

승리하긴 했지만, 주전 경쟁엔 빨간불이 켜졌다.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더욱 험난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할 전망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18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아스날과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을 치러 1-0으로 승리했다.
1차전 원정에서 2-2로 비겼던 바이에른 뮌헨은 홈에서 승리하면서 1, 2차전 합계 스코어 3-2로 4강에 올랐다. 이로써 마지막 남은 대회인 UCL에서 생존하면서 트로피 희망을 이어나갔다.

유럽 정상에 올랐던 2019-2020시즌 이후 4년 만의 준결승 진출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우승 이후로는 UCL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랜만에 4강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분데스리가 12연패에 실패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승리였다.
치열한 승부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을 득점 없이 마무리했다. 전반 3분 해리 케인의 오른발 슈팅은 골대 옆으로 벗어났고, 전반 22분 누사이르 마즈라위의 슈팅도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을 외면했다.
골대도 바이에른 뮌헨을 도와주지 않았다. 후반 1분 레온 고레츠카가 오른쪽에서 요주아 키미히가 올려준 크로스를 머리에 맞혔다. 하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이어진 라파엘 게헤이루의 왼발 슈팅도 골포스트를 강타했다.
두드리던 바이에른 뮌헨이 기어코 아스날 골문을 열었다. 후반 18분 게헤이루가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키미히가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귀중한 선제골을 터트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남은 시간을 잘 버티면서 경기를 1-0 승리로 장식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선수들은 일제히 세레머니를 펼쳤고, 토마스 투헬 감독과 코치진들 역시 벤치를 박차고 나와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김민재도 후반 31분 교체 투입돼 팀의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는 평소처럼 센터백으로 나서지 않고, 마즈라위 대신 왼쪽 수비수로 뛰며 추가시간 제외 약 14분을 소화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볼 터치 21회, 패스 성공률 73%(11/15), 롱패스 성공 1회(1/2), 걷어내기 1회, 가로채기 1회, 공중볼 경합 성공 1회(1/1) 등을 기록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에너지가 많았던 만큼 상대 박스 근처까지 압박을 펼치기도 했고, 적극적인 수비로 한 발 빠르게 공을 끊어내기도 했다.
대체로 단단한 모습이었지만,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김민재는 후반 추가시간 4분 박스 근처 위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아스날이 빠르게 프리킥을 전개하며 허를 찔렀지만, 수비에 막힌 게 다행인 장면이었다. 종료 직전 가슴을 쓸어내렸던 김민재와 바이에른 뮌헨이다.
독일 'RAN'은 김민재에게 평점 3점을 줬다. 매체는 "김민재는 마즈라위 대신 들어와 수비를 안정시켰다. 주로 왼쪽 수비에 집중하면서 부카요 사카를 상대로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았다"라고 칭찬했다. 아스날 에이스인 사카를 잘 틀어막았다는 평가다.
김민재는 이번 승리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UCL 준결승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지난 시즌 나폴리 소속으로 UCL에 출전했지만, 8강에서 AC 밀란에 패하며 짐을 쌌다. 
김민재는 4강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공개한 영상 속 그는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축제를 즐겼다. 특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연신 라이머의 가슴팍을 때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제 김민재는 이강인과 나란히 UCL 결승에 도전한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 역시 8강에서 바르셀로나를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둘은 나란히 4강에 안착하며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의 계보를 잇게 됐다. 서로 다른 두 팀에 소속된 한국 선수가 동시에 준결승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UCL 결승 무대를 누빈 한국 선수는 박지성과 손흥민 둘뿐이다. 만약 김민재나 이강인 중 한 명이라도 4강에서 승리한다면 2018-2019시즌 손흥민 이후 처음으로 결승행을 일궈내게 된다. 4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레알 마드리드, PSG는 도르트문트를 상대한다. 한국 선수 두 명이 UCL 트로피를 두고 맞붙는 꿈 같은 일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민재 개인만 보면 험난한 앞길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경기 에릭 다이어가 단단한 활약을 펼치면서 주전 경쟁에서 더더욱 치고 나갔기 때문.
다이어는 이날도 마테이스 더 리흐트와 함께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그는 90분 동안 아스날 공격진을 잘 막아내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바이에른 뮌헨 자체가 라인을 높이 끌어올리지 않은 덕태도 있겠지만, 약점을 노출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비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다이어는 패스 성공률 93%(71/76), 지상볼 경합 성공 4회(4/5), 공중볼 경합 성공 2회(2/4), 걷어내기 2회, 가로채기 3회, 태클 성공 3회(3/4) 등을 기록했다. 그는 1, 2차전 합계 평점 7.6점을 받으며 UCL 8강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쾰른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 클린시트. UEFA도 다이어를 콕 집어 찬사를 보냈다. UCL 공식 소셜 미디어는 경기가 끝난 뒤 다이어의 사진과 "수비에서 바위"라는 멘트를 공유하며 벽돌 이모티콘까지 덧붙였다.
팬들의 극찬도 이어졌다. 바이에른 뮌헨 팬들은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뒤 다이어 최고의 경기", "누구 사카를 본 사람 있나?", "사카가 선발로 나왔다고? 말도 안 돼", "뮌헨의 벽", "베를린 장벽", "단단한 수비력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독일 '아벤트 차이퉁'도 다이어에게 평점 2점을 주며 높이 평가했다. 매체는 "전 토트넘 선수로서 오랜 라이벌인 아스날을 상대로 뜨거운 경기를 펼쳤다. 모든 싸움과 공중 경합에 몸을 던졌다. 후반 11분 페널티 지역에서 카이 하베르츠를 막아내기도 했다. 최고였다!"라고 칭찬했다.
RAN과 '스포르트'도 마찬가지로 평점 2점을 매겼다. RAN은 "수비에선 약간 흔들리기도 했지만, 여러 위험한 장면에서 매우 세심했다. 특히 하프타임 이후 많은 중요한 싸움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승리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스포르트는 "다이어는 처음엔 아스날의 압박에 다소 흔들렸다. 하지만 갈수록 점점 더 나아졌고, 후반에는 깔끔하게 빛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합에서 3분의 2를 승리했고, 중요한 태클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사실 아스날전이야말로 다이어의 진짜 시험대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인 만큼 다이어를 후벼팔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다이어는 지난 도르트문트전에서 느린 주력과 좁은 수비 범위라는 약점을 노출하며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차전만 해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가 싶었다. 당시 다이어는 뒷짐을 진 채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면서 부카요 사카의 선제골을 바라만 봤다. 안일한 수비로 실점을 헌납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다이어는 다시 한번 투헬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전술적으로 커버할 뒷공간을 없애주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주전 자리에 쐐기를 박는 중요한 활약이었다.
자연스레 김민재의 입지는 줄어들게 됐다. 그는 꿋꿋이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겠다고 각오했지만, 생각보다도 다이어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최소한 투헬 감독이 떠나기 전까지는 벤치에 머무를 가능성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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