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KT 위즈가 개막 후 20경기가 넘도록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아직까지 연승을 맛보지 못했고, 연패만 거듭하면서 어느덧 승패마진이 –11(5승 16패)까지 벌어졌다. 결국 올해도 마법의 힘에 의존해야하는데 현 상황에서 마법사들이 작년처럼 기적을 일궈낼지는 미지수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3-6으로 패했다.
지난해 승리 요정으로 불렸던 ‘무패 승률왕’ 윌리엄 쿠에바스가 출격해 6이닝 4실점(3자책)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타선이 응답하지 않았다. 2회 맞이한 무사 1, 2루 찬스에서 조용호, 신본기, 안치영이 후속타에 실패했고, 1-4로 뒤진 6회 2사 만루에서 대타 박병호가 추격의 2타점 2루타를 날렸지만 2사 2, 3루에서 등장한 대타 이호연이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3-4로 근소하게 뒤진 7회에도 동점 기회가 찾아왔다. 2사 후 강백호가 2루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린 가운데 감이 좋은 문상철이 자동고의4구를 얻어냈다. 그러나 베테랑 장성우가 바뀐 투수 조상우 상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득점이 필요한 순간 득점에 실패한 KT는 8회 김재현, 이용규에게 연달아 1타점 2루타를 맞으며 승기를 내줬고, 결국 3-6으로 패해 3월 31일 대전 한화전 이후 약 보름 만에 3연패 수렁에 빠졌다. 3연패를 당한 게 오랜만이지, 3월 23일 개막부터 4연패-1승-3연패-1승-2연패-1승-2연패-1승-2연패-1승-3연패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우승후보의 봄은 시련의 연속이다. 시즌에 앞서 LG, KIA와 함께 대권 도전이 가능한 ‘3강’으로 꼽혔지만 22경기를 치른 현재 5승 16패 9위로 처져 있다. 4승 15패의 롯데가 아니었다면 순위는 독보적 꼴찌가 됐을 것이다. 연승 없이 연패만 누적되면서 8위 두산과의 승차가 4경기까지 벌어졌다.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선발야구의 실종이다. 선발의 힘으로 강팀 반열에 올라선 KT인데 선발이 무너지니 모든 승리공식이 깨졌다. 선발진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투수는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원투펀치 뿐.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예비 FA 시즌을 맞이한 ‘승률왕’ 엄상백은 원인 모를 부진에 빠졌다. 5선발로 신인 원상현을 낙점했지만 프로의 벽이 높기만 하다.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7.38로 꼴찌. 선발도 7.32, 불펜도 7.44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발굴한 이상동, 손동현, 박영현 순의 최강 불펜도 위용을 잃었다. 이상동은 발목을 다쳐 8주 재활 중이고, 손동현은 5경기 평균자책점 11.12, 박영현은 7경기 평균자책점 10.00의 슬럼프에 빠졌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맨이 된 백전노장 우규민은 5경기 평균자책점 7.71을 남기고 2군으로 향한 터. 주권, 박시영, 김민수도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KT는 지난해에도 시즌에 앞서 LG, SSG와 함께 우승을 다툴 팀으로 꼽혔지만 부상자 속출에 모든 플랜이 꼬여버리며 꼴찌 수모를 겪었다. 필승조 김민수, 주권을 시작으로 배정대, 소형준, 엄상백, 황재균, 박병호, 조용호 등 핵심 선수들이 한 차례씩 부상 이탈, 정상 전력 가동이 불가했다. 6월 초 KT의 승패마진은 –14에 달했다. KT는 마법의 여정을 거쳐 정규시즌 2위에 오르는 기적을 일궜지만 시즌 초반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KT는 올해도 슬로스타터 기질을 벗지 못하며 마법이 필요한 처지가 됐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 해도 승패마진 –11은 결코 좁히기 쉬운 수치가 아닌 터. 희망이 있다면 고영표, 김민혁, 배정대 등 핵심 전력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데 시즌 출발이 역대급으로 좋지 않다.
KT는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줄곧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한 시즌을 치러왔다. 올해도 그들의 마법이 기적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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