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세상] ‘ABS 시대’, 시행착오는 있어도 중단하면 안된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24.04.16 07: 00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익숙하지 않은 탓에 생긴 오류. 그 또한 정착 과정으로 여기고 방지책을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프로야구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명 로봇심판인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 보다도 한 발 앞서 도입,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조만간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아마추어와 퓨처스리그 등에서 미리 시험 가동한 끝에 올 시즌 전격적으로 1군 프로경기에 ABS를 도입하고 현재 시행 중이다. 시즌 개막하고 각 팀이 20경기 안팎을 치른 가운데 ABS에 대해서 현장에서 말들이 많다.

‘구장마다 볼판정이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높은 볼에 스트라이크가 잘 나오고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는 이전 스트라이크에서 볼이 된다’는 등 투수나 타자 모두 적응에 힘들어하고 있다. 투수는 차이가 생긴 스트라이크존에, 타자는 높은 공 스트라이크에 당황하는 경우가 꽤 있다. 잇따른 판정 변화에 일부 현장 사령탑은 시기상조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판정 오류 사태가 터져 야구팬들은 물론 KBO를 당황케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4일 열린 대구 삼성과 NC 경기 도중에 발생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수비였다. 2사 후 사구로 출루한 삼성 김지찬이 후속 이재현 타석 때 볼카운트 0B-1S에서 2루 도루에 실패했다. 판정은 비디오판독 끝 아웃에서 세이프로 정정. 이후 NC 투수 이재학이 이재현 상대 풀카운트를 맞이한 가운데 돌연 강인권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문승훈 주심을 향해 볼카운트와 관련해 항의를 했다. 
골자는 앞서 김지찬이 도루를 시도할 때 이재학이 던진 2구째 판정이었다. 당시 문승훈 주심은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는데 KBO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는 이를 스트라이크로 판독했다. 이에 NC 더그아웃에 배치된 KBO 태블릿에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왔다. 육안 상으로도 공은 한가운데로 향했다. 이에 강 감독은 현 상황이 풀카운트가 아닌 삼진이 아니냐는 어필을 했다.
물론 항의는 2구째가 아닌 5구째 공이 던져지고 나서야 이뤄졌다. 그 동안 KBO가 각 구단에 지급한 태블릿에 ABS 결과값이 곧바로 전송되지 않고 시간차가 발생해 불편함이 있었는데 결국 이와 관련한 문제가 이날 터졌다. NC는 이재학이 2구째 이후 3개의 공을 더 던진 이후에야 2구째 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4심 합의가 이뤄졌고, 심판진은 NC 측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민호 심판 조장은 마이크를 잡고 “김지찬 선수가 도루를 할 때 투구한 볼이 심판에게 음성 전달될 때는 볼로 전달이 됐다. 그렇지만 ABS 모니터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 판정이 됐다. NC 측에서 그걸 어필했지만 규정 상 그 투구가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서 정정이 돼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서 카운트대로 진행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심판진의 판정 조작으로까지 비화됐다. 4심 합의 과정에서 심판팀장이 구심과 ‘오류’로 결론내리는 과정이 TV 중계 음성으로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처음 발생한 오류 사태 해결에 나선 KBO 관계자는 심판진의 대처가 못내 아쉽다고 말한다. 그는 “구심이 도루 상황이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 스트라이크 판정을 제대로 듣지 못해 볼이 됐다고 있는 그대로 밝히고 사과했으면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텐데 이 점이 뼈아프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KBO의 재발 방지책은-조작 심판진 징계와 실시간 판정 시스템 구축
일단 이번 사태를 일으킨 심판진에 대한 징계가 있을 전망이다. 당장 KBO는 ABS 결과값 고의 조작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구 경기 심판 3명을 직무 배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 현장에서 판정 혼선이 생길 경우 즉각 정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키로 했다.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사태 때에도 현장 요원이 심판진에 설명하려 했으나 규칙에 없어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해 정정이 늦어졌을 뿐 아니라 양쪽 덕아웃에도 판정값 전달에 시차가 생기는 문제를 바로 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더 강화해서 논란을 피해야 한다
ABS가 도입되면서 이처럼 시행착오는 나올 수밖에 없다. 기존에 없던 시스템을 실행하면서 시행착오가 안 나올 수는 없다. 다만 그 횟수를 최대한 줄이면서 안착시켜야 한다. KBO가 사전에 방지첵을 좀 더 세밀하게 준비못한 점도 있지만 세상 처음해보는 일인 탓에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ABS를 안착시키기 위해 KBO, 심판진, 그리고 선수단 등 현장 관계자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지금에 와서 중단하고 이전 구심 판정 시스템으로 복귀한다면 세계적인 망신을 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왜 ABS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더 생각해야 한다. 일련의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한 야구 관계자는 “14일 오류도 이전 구심이 볼판정할 때처럼 했으면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1루주자가 도루를 시도하고 포수가 일어나면서 공을 받고 송구 동작에 들어가는 찰나의 순간이 되면 구심이 스트라이크도 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럼 그냥 볼이 됐을 것이고 투수 이재학은 억울하겠지만 심판진 전원 합의까지 가지도 않는다. ABS이기에 스트라이크가 되고 구심이 얼떨결에 볼로 지나가게 된 것”이라며 “ABS 덕분에 그동안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투수나 타자들의 거센 항의가 없어지고 경기시간이 단축되며 팬들에게 공정판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최소한 구심이 볼판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난이나 경기를 좌지우지한다는 혹평들은 없어졌다”며 ABS를 이제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변한다.
오류사태도 ABS가 정착되는 한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야구가 더 발전하고 살아남는 길이다.
/스포츠 국장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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