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한화 이글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5연승을 달리며 1위를 질주했다. 마무리 정해영이 휴식을 취한 가운데 ‘셋업맨’ 전상현(28)이 2점차로 쫓긴 8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고 팀을 구했다.
KIA는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11-9로 천신만고 끝에 이겼다. 최근 5연승을 질주한 KIA는 13승4패(승률 .765)로 단독 1위를 지켰다.
7회초까지 11-2, 9점차로 크게 리드하며 승기를 굳힌 KIA는 5회 수비를 앞두고 김도영을 대수비 김규성으로, 7회 공격 때 최원준과 최형우를 각각 대타 김호령과 이창진으로 교체하면서 주전 선수들 체력 안배에 들어갔다.
그러나 7회 불펜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7실점 빅이닝을 허용했고, 순식간에 2점차로 쫓겼다. 8회 좌완 필승맨 곽도규를 투입했지만 이진영에게 안타를 맞더니 요나단 페라자와 안치홍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전상현이 호출됐다. 역전 주자까지 나간 부담스런 상황. 타석에는 지난해 홈런왕(31개) 노시환이 들어섰다. 경기 흐름이 한화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전상현이 그 물줄기를 다시 바꿨다. 노시환 상대로 1~2구 연속 과감하게 몸쪽 직구 승부를 들어가며 파울을 유도,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이후 파울 3개, 볼 3개로 풀카운트가 되면서 9구까지 이어진 승부. 전상현은 다시 직구를 몸쪽 낮게 구사했고, 노시환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2루에 높이 떴다. 인필드 플라이가 되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이어 다음 타자 김태연에게 초구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6-4-3 병살타로 이닝 종료. 무사 만루에서 투입돼 1점도 주지 않고 이닝을 끝내며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9회 이재원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루에 교체됐지만 최지민이 다음 3타자를 막아내며 KIA의 11-9 승리가 완성됐다.
이날로 시즌 5홀드째를 거둔 전상현은 개인 통산 70홀드도 달성했다. 순수 KIA 소속으로 70홀드를 채운 투수는 전상현이 처음이다. 팀 동료 장현식이 통산 홀드는 79개로 더 많지만 전 소속팀 NC 다이노스 시절 11개를 빼고 KIA 소속으로 거둔 홀드는 68개로 전상현보다 2개 부족하다.
경기 후 전상현은 “지금 그런 홀드 기록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부상 공백기가 없었더라면 빨리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지금 당장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선 “점수를 안 줘야겠다고,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한)준수의 리드가 되게 좋았다. (노시환 상대) 초구부터 몸쪽 사인을 냈고, 거기에 믿고 던졌다. 2구에 또 몸쪽 사인을 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원하는 코스에 잘 들어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며 “준수 리드를 엄청 높게 평가한다. (노시환과) 승부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팀의 17경기 중 10경기에 나서 9⅔이닝을 던지며 2승1패5홀드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 중인 전상현은 “감독님, 코치님, 트레이닝 파트에서 관리를 잘해주셔서 몸 상태는 문제 없다. 내가 자주 나가는 건 좋은 일이다. 자주 이기다 보니 기분이 엄청 좋다”며 “불펜 전체가 단단하다. 우리 불펜이 강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각자 역할을 잘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올해 스타트가 좋은데 이 페이스 유지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지금 페이스대로 끝까지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면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전상현을 특히 칭찬하고 싶다”며 이날 경기 수훈갑으로 꼽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