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초반 돌풍을 이끌던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가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 타율 4할4푼9리 맹타를 휘두르다 최근 4경기 19타석 연속 무안타로 주춤하고 있다.
페라자는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일찍 출근했다. 전날 서울 원정을 마치고 새벽에 대전에 왔지만 오후 2시부터 채은성, 노시환과 함께 야구장에 나와 ‘얼리 배팅’을 쳤다. 주중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4타석 12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만큼 반등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12일 KIA전에도 페라자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1회 투수 포구 실책으로 1루를 밟았지만 3회 우익수 뜬공, 5회 중견수 뜬공, 7회 유격수 땅볼, 9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연속 무안타 기간이 19타석 17타수로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타격 타이밍이 잘 맞지 않고, 타구의 질도 시원치 않다.
페라자는 지난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시즌 첫 13경기에서 타율 4할4푼9리(49타수 22안타) 6홈런 12타점 10볼넷 10삼진 출루율 .533 장타율 .898 OPS 1.431로 대활약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모두 1위에 랭크되면서 최고 외국인 타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7일 키움전 10회 마지막 타석에서 좌전 안타가 마지막 안타로 남아있다. 당시 페라자는 2구째 자신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발등을 맞고 쓰러진 뒤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타석을 끝까지 소화했다. 다음 공을 밀어쳐 1루 나간 뒤 대주자 김태연으로 교체됐다. 이튿날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었고, 8일 휴식일을 보내면서 부기가 가라앉아 9일 두산전부터 정상 출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안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원호 한화 감독은 “타구에 맞은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다 보니 조금 급한 부분이 있다. 잘될 때는 신나게 하지만 페이스가 꺾이는 시점에선 차분함이 떨어진다. 뜻대로 안 되니 더 오버 스윙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1998년생으로 26세밖에 되지 않은 페라자는 현재 KBO리그 전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어리다. 잘될 때는 흥이 넘쳐서 미친듯이 몰아치지만 안 좋을 때 대처하는 노하우가 아직은 부족하다. 최 감독은 “연습 배팅을 할 때도 하체가 무너지는 모습이 있었는데 잘 안 맞고 하다 보니 급해서 그렇다. 코치분들이 그런 부분을 잡아주고 있으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타자가 매일 잘 칠 순 없다. 긴 시즌 수많은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페라자의 경우 시즌 극초반에 워낙 뜨거웠으니 평균에 수렴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홈런왕을 차지한 노시환도 5월13일 문학 SSG 랜더스전 7회부터 5월24일 대전 KIA전 6회까지 10경기에 걸쳐 43타석(36타수) 연속 무안타 기간 있었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라도 안 맞는 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극심한 냉온탕을 오가고 있지만 페라자의 시즌 전체 성적은 여전히 타율 3할3푼3리(66타수 22안타) 6홈런 22타점 12볼넷 13삼진 OPS 1.097로 리그 정상급이다. 다만 한화가 이번 주 4경기 팀 타율 1할대(.199)로 평균 3.5득점에 그치면서 타선이 답답한 흐름을 보이다 보니 2~3번 타순에서 페라자의 부진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