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었다.’
지난 2019년 LCK 스프링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당시 T1 김정균 감독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악랄한 디도스 사이버 테러에 T1은 잠시 흔들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T1이 디플러스 기아(DK)를 3-0 셧아웃으로 제압하고 최종 무대가 열리는 KSPO돔으로 향한다.
T1은 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벌어진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3라운드 패자조 DK와 경기에서 ‘제우스’ 최우제의 특급 캐리와 팀의 대들보 ‘페이커’ 이상혁의 환상 조율에 힘입어 3-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T1은 다가오는 13일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맞붙었던 한화생명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정규시즌 5위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 시작했던 DK는 아쉽게 봄의 축제에서 퇴장하게 됐다.
디도스 여파로 인해 사전예상부터 박빙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 뿐만 아니라 팬들의 승부 예측까지 백중세로 양팀의 대결을 전망했다.
1세트 밴픽부터 흥미진진한 카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현장과 표를 구하지 못하고 LCK아레나 외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1세트 DK가 1459일만에 미드 다이애나를 꺼내면서 돌진 조합을 꾸렸고, T1은 트페-오리아나-칼리스타로 카이팅 조합을 구성했다. 초반 구도는 DK가 조금씩 이득을 보면서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케리아’ 류민석의 카밀이 기동력을 앞세워 협곡을 로밍했지만, DK는 기회가 올 때마다 카밀을 쓰러뜨리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한 타 한번의 결과가 그대로 승패로 직결됐다. 내셔남작의 둥지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빨려들어가듯 돌입한 DK의 챔프들이 ‘페이커’ 이상혁과 ‘제우스’ 최우제의 폭발적인 딜에 녹아내리면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에이스를 띄운 T1은 바론 버프를 두른채 1세트를 정리했다.
2세트에서는 앞선 1세트에서 오리아나와 트위스티드 페이트에 휘둘린 DK가 두 챔프를 금지하자, T1은 베인과 아지르로 그 빈자리르 채웠고, 조커 카드로 서포터 세주아니를 승부수를 꺼냈다.
하지만 DK의 생각과 달리 초반부터 베인을 잡은 ‘제우스’ 최우제가 자신의 존재감을 협곡전체로 확장했다. 첫 전령 전투에서 2킬을 취하면서 성장을 시작한 최우제는 교전 마다 킬을 취하면서 DK를 농락했다. DK는 ‘쇼메이커’ 허수의 베이가로 T1을 두들겼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베인’ 뿐만 아니라 다른 챔프들도 성장하면서 T1이 압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DK가 제우스의 베인을 쓰러뜨리면서 잠시 기세를 올리는 듯했으나, T1의 다른 챔프들을 몰아내지 못하면서 계속 수세에 몰렸다.
주도권을 가진 T1이 내셔남작을 사냥해 바론 버프를 두르자, 사실상 승부는 기울었다. T1은 다시 한 번 DK의 넥서스에 승리의 깃발을 꽂고 세트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페이커’ 이상혁은 2세트 중간 LCK 최초 5000 어시스트의 금자탑을 완성했다.
다소 난전이 벌어졌던 1, 2세트와 달리 3세트는 ‘제우스’ 최우제와 ‘페이커’ 이상혁의 합작 캐리쇼로 T1이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DK가 럼블을 중심으로 끝까지 달려들었지만 20분대 돌입 이후 성장한 트페와 페이커의 아지르를 막지 못하면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