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프랑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삼성자동차에서 시작해 ‘르노삼성’, ‘르노코리아자동차’를 거쳐 ‘르노코리아’로 정체성을 온전하게 정립한다.
그 상징적인 조치로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써오던 태풍의 눈 엠블럼을 마침내 버린다.
대신 르노 본연의 ‘로장주’ 엠블럼(다이아몬드 형상)으로 전면 교체한다. 회사명도 종전의 ‘자동차’를 떼고 ‘르노코리아’로만 쓴다. 자동차에 한정하지 않고 프렌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겠다는 취지다.
르노코리아는 새 출발을 알리는 선언적 의미의 행사를 3일 오전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열었다.
‘르노 성수’도 상징적인 장소다. 이 곳은 르노그룹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여는 ‘플래그십 매장’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르노코리아 자동차의 '노란색' 전시장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전시장을 구성하는 아이템 하나하나가 매우 감성적이다. 자동차가 아닌 프랑스 감성을 파는 전시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스테판 드블레즈 대표는 2022년 취임 후 수년 동안 이 날을 위해 조직을 정비했다. 제품 라인업은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등 르노코리아의 인력구성까지 새로운 르노에 맞춰 재정비했다.
지난 2년간 노력의 1차 결실이 ‘르노 성수’에 집약돼 있었다.
흥분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르노가 제안하는 새로운 물결이 한국에 다다랐다. 이제 국내 고객들도 글로벌 르노 브랜드만의 차량과 서비스를 함께 경험하실 수 있다”고 말하고, “르노코리아가 보유한 뛰어난 생산 및 연구개발 자산을 바탕으로 르노의 DNA에 한국의 역량을 더하겠다. 우리는 이를 ‘프랑스 생, 한국 산(Born France, Made in Korea)’이란 말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르노 본사에서도 요직에 있는 인물들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르노 벨로니(Arnaud Belloni) 르노 브랜드 마케팅 총괄 부사장과 질 비달(Gilles Vidal) 르노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먼 걸음을 머다 않고 참석해 르노코리아 새출발을 축하했다.
아르노 벨로니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르노 특유의 전통과 혁신이 독특하게 결합된 ‘일렉트로 팝’ 전략을 한국에 선보이게 되어 자랑스럽다. 르노는 프랑스의 디자인 감성과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혁신적인 전동화 모델들을 통해 한국 고객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이곳 성수동에 르노의 개성 넘치는 DNA를 표현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그 비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르노는 언제나 ‘사랑’을 상징해온 브랜드였으며, 이 공간은 성수 지역 최초의 '카 러버(Car Lover)'를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벨로니 부사장이 말한 대로 르노의 향후 브랜드 전략은 ‘일렉트로 팝’(Electro Pop)으로 잡혔다. 일렉트로는 전동화의 의미가 덧입혔고, ‘팝’에는 대중의 사랑을 받은 젊은 문화라는 의미를 씌웠다. 일렉트로 팝은 개성을 중시하는 성수동의 젊은 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르노 코리아는 이날 행사의 이름을 ‘르노 누벨 바그(renault nouvelle vague)’라고 붙였다.
누벨 바그는 1950~60년대 전 세계 영화계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 영화의 독특한 경향성을 말한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단어적 의미처럼 혁신과 실험정신을 중시하는 풍조가 바탕에 깔려 있다.
르노코리아의 새 출발은 ‘누벨 바그’에 버금갈 정도로 혁신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아르노 벨로니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프렌치 스타일을 강조하면서도 ‘르노의 정신’을 강조했다. 벨로니 부사장은 “르노는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프랑스 태생이기 때문에 공격적이지만 기술력은 매우 현대적이다. 이 모든 브랜드의 가치가 로장주 엠블럼에 녹아 있다. 르노코리아가 로장주로 돌아가는 것은 르노식 휴먼 퍼스트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누벨 바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신차도 이날 소개됐다. 순수 전기차 ‘르노 세닉(Scenic) E-Tech’이다.
세닉 E-Tech electric은 지난 2월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22개국 58명의 심사위원 평가로 최고 영예인 ‘2024 올해의 차’를 수상한 바 있다. 세닉 E-Tech는 미래차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전동화 트렌드, 실용적인 첨단 기술, 환경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조합해 ‘매일을 함께하는 차(voiture à vivre)’라는 르노의 DNA를 재해석해 요소요소에 담아냈다.
이 차의 디자인은 질 비달 디자인 총괄 부사장의 손 끝에서 완성됐다.
비달 부사장은 “르노는 사람 중심의 브랜드이며, 공감력이 뛰어난 브랜드이다. ‘매일 함께 하는 차’라는 슬로건이 말해 주듯이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람 중심의 기술이 반영된 차이다”고 말했다.
이날 누벨 바그 선언을 시작으로 르노코리아는 본격적으로 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새로운 하이브리드 중형 SUV(프로젝트명 오로라1)를 6월 열리는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한다. 이날 르노 성수에서 국내에 첫 공개된 세닉 E-Tech는 내년 국내 시장에 출시된다.
또한 누벨 바그 행사장인 ‘르노 성수’는 차량 판매와 수리는 물론, 카페, 팝업스토어, 디 오리지널(The Original) 르노 아이템 판매 등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약한다. 르노 성수에서는 고객들이 르노만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할 계획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