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강하다는 것 보여줬으면!".
손흥민(토트넘)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 태국과 홈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진지하게 고려했었다고 털어놨다. 마음을 돌린 건 ‘팬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달 아시안컵 4강 탈락 직후 “내가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인 것 같다”고 말해 대표팀 은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발언에 대한 설명을 묻는 말에 손흥민은 10초간 머뭇거리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침묵을 깬 손흥민의 첫 대답은 “되게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였다.
손흥민은 “대표팀이라는 자리를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한 적 없다. 매번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면서도 “나 개인만 생각했다면 그만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진짜로 그런 심경이 코앞에까지 갔다. 은퇴한 많은 선수에게 정말 질문도 많이 하고 조언도 구했는데,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며 “아직 어린 저한테는 분명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만큼 사랑을 받는 축구선수는 사실 드물다고 생각한다. 축구선수로서 그렇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도 이렇게 사랑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면서 “정말 그분(팬)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동료들이 그런 걸 다 떠안게 해도 될지도 생각했다. 저로선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런 선택에 있어서 많은 팬분 또 많은 가족분 또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많은 응원을 받아서 정말로 큰 힘이 됐다”며 “그때도 얘기했다시피 어디까지나 저와 축구 팬분들의 약속이다. 약속을 꼭 지키고 싶고 제가 앞으로 이런 생각을, 좀 약한 생각을 다시는 안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정말 제가 몸이 되는 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저를 필요로 하는 한, (김)민재가 (앞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대가리 박고 (열심히) 하겠다”며 웃었다.
손흥민이 조언을 구한 이들은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FC서울의 주장 기성용, 차두리 전 국가대표팀 코치 등 국가대표 선배들이었다.
손흥민은 “저한테 항상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분들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 자리를 빌려 조언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손흥민의 멘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기성용은 23일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훈련을 마무리 한 뒤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대표팀을 은퇴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 다만 손흥민의 건승을 기원했다.
기성용은 "항상 안부를 묻는 사이다. 다만 대표팀에 대해 제가 특별히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표팀이 항상 잘됐으면 좋겠다. 저도 대표팀에서 뛰었지만 후배들이 경기에 나간다는 것 자체로 부담이 클 것이다. 특히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성용은 "응원해 주고 싶다. 특히 다가오는 경기에서 선수들이 좋은 모습과 함께 대한민국이 강하다는 모습 보였으면 좋겠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세계적인 모습 다시 나왔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