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이 결국 북한전을 치르지 못하고 해산을 결정했다.
일본축구협회(JFA)는 22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와 협의한 결과 3월 26일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B조 북한-일본 경기는 당초 예정대로 평양 또는 중립지에서 개최되지 않게 됐다"라고 발표했다.
일본 선수단은 어쩔 수 없이 해산하게 됐다. JFA는 "이번 결정에 따라 대표팀은 3월 22일로 (3월 A매치) 활동을 종료하게 됐음을 알린다. 이번 경기에 대해 어떤 처분이 나올지는 확정되면 다시 알리겠다"라고 덧붙였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1차전에서 궁금했던 점이나 개선점을 수정할 기회가 없어졌다. 또한 다음 경기에서 더 많은 선수를 기용할 수 없게 된 점도 유감이다. 소속팀에서 힘든 시즌을 보내는 가운데 대표팀 소집에 응해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항상 긍정적 자세로 활동해준 점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예상치 못했던 파행이다. 원래대로라면 북한과 일본의 경기는 26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려야 했다. 하지만 북한 측에서 갑작스레 홈 경기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심지어 정확한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신영남 북한 감독도 21일 일본전에서 0-1로 패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에서 앞으로 일에 대해서 말하는 건 삼가고 싶다"라며 말을 아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극증성 용혈성 연쇄상구균 감염증(STSS) 확산 방지 조치를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내 STSS가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여러 추측이 오가고 있다.
AFC는 어쩔 수 없이 중립지 개최를 추진했다. 다토 윈저 존 사무총장은 22일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통상적으로 중립 지역 개최지를 선정하는 건 주최국 책임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시엔 AFC가 선정하게 된다. 경기는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엔 이마저도 무산됐다. AFC는 22일 "3월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B조 북한-일본 경기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AFC는 "지난 20일 북한축구협회로부터 부득이한 사정으로 경기를 중립장소로 옮길 필요성을 통보받은 후 FIFA와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 내린 결정"이라며 "이제 이 문제는 FIFA 관련 위원회에 회부된다. 적절한 시기에 추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FIFA의 결정에 따라 다음 6월 A매치 기간으로 경기가 연기되거나 북한의 몰수패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닛칸 스포츠'와 '사커킹' 등 일본 매체들은 일정상 추가 경기를 치르기는 어렵다며 3-0 몰수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은 이미 6월에 미얀마, 시리아와 2연전이 예정돼 있다.
닛칸 스포츠는 "대표팀은 22일 오전 베이징으로 넘어갈 예정이었지만, 북한 측의 당돌한 요구에 따라 국내 체제를 연장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스태프들도 북한에 끌려다녔다"라며 "21일 경기 하프타임에 북한 측이 뜻밖의 일본 개최를 타진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재 중이기 때문에 비자 문제로 불가능했다"라고 자세한 내막을 설명했다.
북한 축구가 민폐를 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에도 일본과 여자축구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경기 직전 평양 개최 불가를 알리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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