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수비 라인 지휘할 선수 아냐" 문제는 또 '의사소통'...이탈리아에서도 의심의 눈초리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3.23 08: 10

이번에도 핵심은 '의사소통'이다.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인터 밀란 전설' 주세페 베르고미(61)에게 수비 라인을 지휘할 적임자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22일(한국시간) "인테르는 수비 보강을 노리고 있다. 김민재는 '꿈의 선수'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김민재는 유럽 진출 이후 가장 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라치오-마인츠-다름슈타트 3연전 모두 벤치에서 출발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대신 에릭 다이어-마테이스 더 리흐트 듀오가 토마스 투헬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김민재로선 사실상 처음 겪는 일이다. 그는 2019년 전북 현대를 떠나 베이징 궈안(중국)으로 이적한 뒤 바쁘게 팀을 옮겨 다녔고, 언제나 팀의 핵심 수비수로 뛰었다. 2021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 합류하며 유럽 무대에 발을 내디뎠고, 1년 뒤엔 이탈리아 나폴리 유니폼을 입으며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세리에 A도 김민재에겐 좁았다. 그는 이적과 동시에 나폴리의 '푸른 철기둥'으로 자리매김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했다. 그 덕분에 나폴리도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하면서 33년 만에 세리에 A를 제패했다.
'괴물' 김민재의 놀라운 활약을 지켜본 많은 빅클럽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최후의 승자는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투헬 감독이 직접 나서서 김민재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뮌헨 땅을 밟은 김민재를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크게 기뻐했다.
독일에서도 적응 따윈 필요 없었다. 김민재는 세리에 A 입성과 동시에 최우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답게 곧바로 바이에른 뮌헨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고, 언제나 팀 후방을 지켰다.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번갈아 쓰러져도 김민재만큼은 든든히 수비진을 이끌었다. 김민재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에 시달릴 정도였다. 현지에서도 그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민재가 2023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더 리흐트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토트넘에서 입지를 잃은 다이어가 새로 합류했다. 어느새 투헬 감독이 가장 믿는 조합은 다이어-더 리흐트가 되고 말았다. 
자연스레 김민재는 3옵션 센터백으로 밀려났다. 지금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투헬 감독은 수비진 변화를 묻는 말에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경기에서 승리하고, 호흡도 잘 맞는다. 풀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와도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둘 사이 의사소통도 매우 잘되고 있다. 지금은 변화를 줄 이유가 거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재가 벤치를 지키게 되자 다른 빅클럽들이 그를 노릴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파리 생제르맹, 맨체스터 시티 등 여러 팀이 관심을 보였기에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특히 김민재를 가장 원했던 맨유를 중심으로 이적설이 돌고 있다.
여기에 인테르까지 추가됐다. 새로운 중앙 수비수를 찾고 있는 인테르가 김민재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현재 인테르는 베테랑 수비수 프란체스코 아체르비가 10경기 출장 정지 위기에 빠졌다다. 그는 지난 나폴리전에서 상대 수비수 주앙 제주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체르비는 '깜둥이(Negro)'라는 모욕적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탈리아 대표팀은 3월 A매치 소집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게다가 인종차별 혐의가 인정될 시엔 10경기 이상 출장 정지 징계도 가능하다. 아체르비는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인테르는 아예 새로운 수비수를 물색 중이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인테르는 수비 보강을 노리고 있다. 김민재는 '꿈의 선수'다"라며 "다음 이적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새로운 중앙 수비수다. 단순한 대체자가 아니라 수비진을 이끌어갈 진짜 주인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1순위 후보는 김민재였다. 매체는 "인테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데려올 수비수가 단 한 명 있다면 바로 김민재"라며 "인테르의 관심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에르 아우실리오 디렉터는 그가 페네르바체에서 뛴 이후로 눈여겨봤고, 2022년 7월 파리 생제르맹이 밀란 슈크르니아르를 데려가려고 했을 때 김민재를 주목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주전 경쟁에 애를 먹고 있는 점도 힘을 더한다. 매체는 "김민재는 이제 바이에른 소속이고, 이론상으로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선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바이에른에서 사실상 자리를 잃었으며 언론과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본인도 현 상황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임대 영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김민재의 입지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인테르도 관심 있는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바이에른은 영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선수를 5000만 유로(약 727억 원)에 판매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임대 옵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베르고미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난 1979년부터 1999년까지 인테르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수비수로 UEFA 컵 3회(1990-1991, 1993-1994, 1997-1998), 세리에 A 우승 1회(1988-1989) 등 총 6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82년 월드컵에선 10대의 나이로 이탈리아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베르고미는 김민재로 아체르비를 대체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스위퍼)를 말하는 거라면 그건 김민재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수비 라인을 지휘할 만한 성격이나 카리스마가 없다. 내 생각에 그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김민재는 속도와 수비력을 갖췄지만, 다른 특성이 필요하다. 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또한 베르고미는 "일반적으로 김민재는 신뢰할 수 있고, 우리의 챔피언십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인테르는 나폴리와 비교했을 때 후방에서 다른 방식을 갖고 있다"라며 "개인적으로 김민재는 오른쪽 수비수(우측 스토퍼)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인테르에는 뱅자맹 파바르와 얀 아우렐 비세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였던 김민재 자체를 저평가한 건 아니다. 실제로 베르고미는 김민재가 나폴리에서 뛰던 시절 "김민재는 절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칼리두 쿨리발리보다 빌드업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수비만 봤을 때는 더 주의 깊다"라며 그를 '수비의 챔피언'이라고 극찬한 적 있다.
다만 김민재가 지금 아체르비가 맡고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뜻이다. 베르고미는 아체르비에 대해 "큰 특징은 주의력과 집중력이다. 그는 절대 경기를 놓치지 않는다"라며 "아체르비는 스위퍼 역할에서 이탈리아 최고의 수비수다. 대표팀에선 포백, 인테르에선 스리백으로 뛴다. 그는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핵심은 김민재가 수비 라인 리더로서 좌우 센터백을 지휘할 수 있느냐다. 베르고미가 지적한 '카리스마 부족'은 김민재의 소통 능력에 대한 의심이나 다름없다. 
독일에서 나오고 있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독일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다이어에게 밀린 가장 큰 이유로 의사소통을 뽑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의 전설적인 수비수인 클라우스 아우겐탈러는 "의사소통 관점에서 보면 김민재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한국에서 왔고, 중국에서 튀르키예로, 튀르키예에서 이탈리아로 간 뒤 지난 여름 뮌헨으로 왔다. 그는 계속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했다. 이 점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며 "우파메카노와 김민재가 함께 뛰었을 때 개인 능력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좋은 수비를 만드는 요소인 조화가 부족했다"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다이어는 말을 많이 하면서 수비진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벤트차이퉁'은 "다이어는 팀의 기둥이 됐다. 의구심이 있었으나 수비를 안정화시키고 조직화했다.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은 팀에 매우 좋은 영향을 줬다"라고 칭찬했다. 
결국엔 김민재가 경기장 위에서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그가 소통 문제로 큰 문제를 겪은 적은 없지만, 현지 평가를 바꾸려면 퍼포먼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김민재는 'T-온라인'과 인터뷰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불만은 없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언제든지 내 능력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라며 주전 경쟁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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