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토트넘)은 팬서비스까지 월드클래스였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홈팀 태국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3차전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태국과 1-1로 비겼다. 2승 1무의 한국은 조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자존심 회복을 위해 반드시 원정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 전반 42분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16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한국이 경기내내 태국을 밀어붙였지만 기대했던 결승골은 터지지 않았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이 다시 그라운드에서 원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소득이었다. 두 선수는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다툰 사실이 알려져 팬들의 걱정을 샀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당했다. 이강인이 공개사과까지 하면서 팬들의 분노도 봄바람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축구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인천공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태국 원정길을 떠나는 대표팀을 보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공항에 수 백명이 팬들이 몰렸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공항 측이 안전라인을 설치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22일 오후 4시경 축구대표팀 전용버스가 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아이돌이 등장하는 것처럼 팬들의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여행을 떠나던 일반인들도 “손흥민이 온다!”는 소식에 행렬에 가세했다. 공항에 순식간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마치 축구장을 방불케 했다.
가장 먼저 황선홍 감독이 등장했다. 90년대 최고 공격수답게 황 감독의 인기도 대단했다. 황 감독은 팬들의 사인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친절하게 사인을 해줬다. 뒤를 이어 조규성, 주민규, 이재성, 황인범 등 대표팀 선수들이 일제히 공항에 입장했다.
야구모자를 뒤로 눌러쓰고 안경을 낀 이강인이 등장하자 콘서트장 못지 않은 하이 데시벨의 함성이 나왔다. 자신의 유니폼을 입은 열성팬을 알아본 이강인은 팬들이 준비한 선물을 양손 가득 다 받았다. 대표팀 선수들이 단체로 이동을 하기에 이강인 혼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강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팬들이 준비한 선물을 다 받아갔다.
주장 손흥민이 마지막으로 등장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현장에 있던 남성팬들까지 소리를 지르며 대열에 가세했다. 손흥민의 팬서비스는 차원이 달랐다. 비록 팬들의 사인과 사진요구는 들어주지 못했지만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었다. 손흥민이 손을 잡아주자 감격한 팬들도 많았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국보’지만 팬들 앞에서 순한 양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찾은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도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국 팬들이 엄청나게 몰려 스타들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했다. 하지만 안전사고를 우려해 보디가드가 삼엄한 경계를 펼쳤고 팬들의 손을 잡아주는 선수는 없었다. 오타니도 팬들에게 목례를 하는 정도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손흥민은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팬들의 손을 잡아주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사인을 해주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월드스타치고 정말 보기 드문 팬서비스였다.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늦게 결전지 태국에 입성했다. 서울에서 치른 3차전은 쌀쌀한 날씨가 변수였다. 방콕은 정반대다. 한낮에 34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는데다 습도까지 높은 찜통더위다.
축구대표팀 역시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해가 지는 23일 오후 6시(현지시간)부터 첫 회복훈련을 실시한다. 그나마 해가 지면 야외훈련을 할만하기 때문이다. 방콕시내 곳곳에는 벌써부터 한국대표팀과 결전을 응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한국대표팀이 적진에 온 것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한국과 태국의 4차전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개최된다. OSEN은 방콕 현장취재를 통해 대표팀의 생생한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