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이 패스하고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골망을 가르는 '화합의 골'. 모두가 꿈끄던 그림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주민규가 최전방에 자리했고 손흥민-이재성-정우영이 공격 2선에 섰다. 황인범-백승호가 중원을 지켰고 김진수-김영권-김민재-설영우가 포백을 꾸렸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수파차이 차이뎃이 득점을 노렸고 수파촉 사라차트-차나팁 송크라신-자로엔삭 웅곤이 공격 2선에 섰다. 위라텝 뽐판-피라돌 짬랏사미가 중원을 채웠다. 티라톤 분마탄-판자 햄비분-수판 통쏭-니콜라스 미켈손이 포백을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파티왓 깜마이가 꼈다.
선제골은 한국의 몫이었다. 전반 42분 왼쪽 측면에서 이재성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손흥민이 왼발로 정확히 밀어 넣었다. 손흥민의 45번째 A매치 골이다. 한국은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무리했다.
후반전에도 한국이 몰아쳤다. 후반 8분 이재성의 침투 이후 패스를 받은 정우영은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때렸다.
한국이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16분 스로인에 이어 수파낫 무엔타가 공을 잡았고, 미켈손이 우측에서 슈팅했다. 수파낫이 골문 앞으로 침투하면서 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는 1-1 동점이 됐다.
황선홍 감독이 곧바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후반 17분 정우영과 주민규를 불러들이고 이강인, 홍현석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이강인은 정우영이 있던 우측 날개에 배치됐다.
이날 이강인은 19일 오후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여파 때문인지 벤치에서 출발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이 적었던 데다가 팀 훈련도 하루밖에 하지 못한 점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투입 직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태국 수비진을 위협하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후반 22분엔 우측에서 공을 잡은 뒤 골문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그러나 공이 쇄도하는 김진수 발끝에 걸리지 않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손흥민과 한 차례 호흡도 보여줬다. 후반 26분 이강인이 박스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여럿 끌어당기면서 침착하게 뒤로 공을 내줬다. 이를 손흥민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수비벽에 막히며 무산됐다.
이후로도 가장 돋보인 선수는 이강인이었다. 그는 중앙과 우측을 부지런히 오가며 창의적인 패스와 드리블로 태국 수비에 균열을 냈다. 이강인은 예리한 코너킥을 비롯해 충분히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여럿 만들었다. 다만 동료들이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결정력이 조금 부족했다.
결국 한국은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안방에서 태국과 1-1로 비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황선홍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팀 동료들이 이강인과 여러 가지를 합심해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 더 마음을 열고 화합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장 안에서 그런 모습이 더 나와야 한다. 내일이 그날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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