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 8주년' 이세돌, "인공지능이 은퇴에 많은 부분 차지"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4.03.19 18: 15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쳐 승리한 유일한 기사로 남아 있는 이세돌(41)이다. 하지만 이세돌이 3년 뒤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데는 AI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이세돌은 지난 2016년 3월 알파고와 5차례 대국을 펼쳤다. 당시 이세돌은 1~3국을 내줬지만 4국에서 알파고를 이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세돌은 그로부터 3년 뒤인 2019년 11월 은퇴를 발표했다. 
이세돌은 구글코리아가 19일 유튜브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바둑에 대해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은퇴를 정말 잘한 건가'라는 생각도 좀 했다"면서 "인공지능이 은퇴에 조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OSEN DB.

[사진]구글코리아 유튜브

은퇴 이후 보드 게임 등 다른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 보드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는 이세돌은 당시 알파고와 대국에 대해 "당연히 내가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뭔가 실험을 하는거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좀 쉽게 '그렇다면 좋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언론에 공개되고 나서부터는 '이게 아니구나'라는 걸 알았다"고 웃어 보였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대국에 당시 느낌에 대해 "너무 괴리감이 컸다. 완전히 달랐다"면서 "바둑에서는 승부호흡이라고 하는 그런 것들을 많이 쓰는 데 전혀 그런게 없지 않나. 뭔가 테니스를 한다고 치면 사람이 쳐주는 것이 아니라 벽에 공을 치는 느낌이 들더라"고 떠올렸다. 
[사진]구글코리아 유튜브
이어 그는 "1국 때 정말 당황을 많이 했던 것이 일단 그런 부분이었다. 좀 괴리감이 있었고 '너무 잘 둔다'라는 것이 두 번째였다. 초반의 수법들을 보면 복기를 해봐도 놀랍지만 그 당시에도 '아 이거는 좀 곤란한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세돌은 알파고에 3연패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말에 대해 그는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면서 "진 마당에 그런 걸 만들지는 않지 않나. 준비를 좀 더 했다면, '정신무장'을 했다면 이렇게 됐을까? 생각했다. 사실 1~3국을 연달아 패했지만 1국에서의 그 당황스러움, 3국에 사실은 정신적으로 약간 그로기 상태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제대로 붙어서 졌다'라는 느낌은 2국이었다. 너무 그런 부분들이 아쉬웠고 조금 더 이런 것들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기사가 있었으면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참 큰 힘이 됐던 것 같다. 오히려 좀 편해지더라. 그런 것들로 인해 3국 때의 그로기 상태에서 오히려 좀 풀어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OSEN DB.
이세돌은 4국에서 알파고를 꺾었다. 그로기 상태였던 그가 어떤 것들에서 힘을 얻었을까. 그는 "내가 사실 어떤 대국을 하든 간에 댓글을 잘 안본다. 좀 안좋은 글들도 있지 않나"라면서 "들어가서 보니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더라. '고생한다', '앞으로 나머지 대국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줘라' 등 응원글이 더 많더라. 그런 것들이 참 큰 힘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4국 들어가기 전에 당시 만 9~10살이던 딸이 '아빠 가지마. 이미 끝났는데 뭘 또'  그러더라. 근데 그런 것들이 큰 힘이었다. 나는 되게 웃었다. '그래 아빠 가지 말까'라고 답하면서 오히려 좀 편해지더라. 3국 그로기 상태에서 오히려 좀 풀어졌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세돌은 4국 승리 느낌에 대해서 "내 체면을 차린 것 같다. 알파고가 괜찮은 친구"라고 농담하면서 "체면은 그래도 차리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높게 평가해 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AI로 바둑을 가르치는 점에 대해서는 "내가 배웠던 바둑은 혼자서 고민하고 둘이 만나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런 예술로 배웠는데 어느 순간 인공지능을 보면서 배운다라는 게 정답지를 보는 것 같다"면서 "좀 아쉽게 생각한 부분들이 많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알파고가 나오기 전에 기보와 지금의 기보는 완전 다르다. 이제 예전 기보는 역사적인 가치 외에는 이걸로 바둑을 공부한다 이런 건 없다. AI 기보가 훨씬 더 위다. 인공지능을 보고 배우는 기보가 더 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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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선 AI기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준비는 전혀 안 돼 있는데 기술은 이만큼 와버렸다. 어요. 우리 주민이 여긴데 또 사실 곤란하죠. 근데 제가 좀 생각하는 거는 너무 느리게 오면 규제나 윤리적 그런 것 때문에 기술 발전이 너무 더디게 올라온 오집이 너무 더디게 올까 봐 좀 그런 부분이니까. 우리가 너무 겁내고 있는 게 아닌가 사실은 공공의 선이라고 말씀하신 그게 기준인 거예요. 
특히 이세돌은 "이만큼 와버린"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단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윤리적으로나 공포감, 거부감 이런 것들 때문에 너무 더디게 가는 거 아닌가"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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