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에 버티는 게 아니라 실점 말고 득점을 했으면 좋겠다."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의 상상이 경기장 위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김천 상무는 17일 오후 2시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북을 1-0으로 꺾었다.
홈경기 첫 승을 기록한 김천은 2승 1패, 승점 6점을 기록하며 4위로 뛰어올랐다. 김천이 전북을 상대로 승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상대전적 1승 2무 1패). 반면 전북은 2무 1패에 그치며 첫 승 신고를 다음으로 미뤘다. 순위는 승점 2점으로 10위.
홈팀 김천은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김현욱-이중민-김태현, 김진규-원두재-강현묵, 박민규-김봉수-김재우-박승욱, 김준홍이 선발로 나섰다.
다만 경기가 시작되니 김태현이 오른쪽 윙백을 맡으며 스리백을 형성했다. 정정용 감독이 예고한 대로였다. 그는 경기 전 "포메이션을 약간 바꿨다"라며 "스리백으로 나왔다. 우리가 하는 축구는 똑같다. 늘 말하지만 '공은 상대 진영에서 놀아야 한다. 공격이든 수비든 마찬가지다. 내려서는 축구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준비했다"라고 귀띔했다.
올 시즌 김천은 유독 전반에 약했다. 개막전에서는 대구를 상대로 고전하다가 후반 33분 원두재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울산전에선 더 심했다. 경기 시작 29분 만에 내리 3실점하며 휘청였다. 다만 후반은 달랐다. 김현욱의 멀티골로 맹추격하며 울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비록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다르길 기대했다. 그는 "이상하게 전반에 좋지 않은 모습,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전도 이겼지만, 전반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라며 "후반에 우리가 해야 하는 모습처럼 해야한다. 전술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있다. 빌드업, 전개 등 하고자 하는 게 있다. 그런 게 전반에 잘 나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전반에) 버티는 것이 아니라, 실점 말고 득점을 했으면 좋겠다. 상대적으로 좋은 팀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가 기세를 잡고 간다면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선수들이) 볼을 쉽게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해볼 만하다. 오늘도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정용 감독의 발언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김천은 중원에서부터 강하게 부딪히며 전북의 슈팅을 허락하지 않았다.
선제골도 김천의 몫이었다. 전반 25분 강현묵이 높은 위치에서 전북 백패스를 끊어내고 전진한 뒤 왼쪽으로 공을 내줬다. 이를 김현욱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지난 울산전 멀티골에 이은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김천은 이후로도 적극적으로 허리 싸움을 펼치며 전북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송민규, 이동준, 문선민을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좀처럼 김천 수비를 뚫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은 7분이 주어졌다. 전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점골을 노렸지만, 오히려 김천의 역습이 더 날카로웠다. 결국 김천은 끝까지 실점하지 않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김천의 전북 상대 첫 승리이자 올 시즌 첫 승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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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