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이번에는 웃을 수 있을까. 김기동 감독의 축구가 색깔을 내려면 하루 빨리 센터 라인이 힘을 내줘야 한다.
서울은 오는 16일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홈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맞붙는다.
서울은 아직 승리가 없다. '기동 매직' 김기동 감독을 포항에서 데려왔고, '슈퍼스타' 린가드를 영입하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광주 원정에서 0-2로 완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라운드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은 지난 10일 인천 유나이티드를 홈으로 불러들여 경인 더비를 치렀지만,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무려 51670명에 달하는 구름 관중이 모여들며 2018년 유로 관중 집계 이후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서울은 슈팅 수에서도 14대4로 크게 밀렸고, 유효 슈팅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패스 숫자는 620대366로 두 배 가까이 많았으나 대부분 위협적이지 않은 횡패스나 백패스였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서울 팬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서울은 끝내 인천 골문을 열지 못하며 두 경기에서 0득점에 그쳤다. 지금 골이 없는 팀은 서울과 인천 둘뿐이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은 "2경기 동안 득점이 안 나와서 문제다. 훈련도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득점이 나와야 승리할 수 있기에 고민을 하고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관건은 서울이 얼마나 빠르게 김기동 감독의 색채를 구현할 수 있는가다. 서울 선수들이 기존에 하던 축구를 잊고 김기동 감독이 강조하는 빠른 템포 축구에 적응해야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서울은 점유율은 높지만, 횡패스와 후방에서 패스가 너무나 많다. K리그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서울은 횡패스(461개)와 수비진영 패스(328개), 중앙진영(565개) 모두 1위다. 반면 키패스는 8개로 뒤에서 2위, 페널티 박스 내 슈팅은 7개로 12개 팀 중 최하위다.
공을 쥐고 패스를 많이 돌리긴 하지만, 중앙을 통한 결정적인 패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템포를 높이려면 여러 번 거쳐가는 패스가 아니라 한 번의 패스로 수비 사이를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센터 라인이다. 팀의 척추나 다름없는 최전방 공격수-중앙 미드필더-중앙 수비에서 힘을 내줘야만 한다. 현재 서울은 린가드와 강상우, 이태석, 조영욱 등 수준급 측면 자원을 여럿 보유하고 있지만, 중앙에서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일류첸코는 전성기 시절 파괴력에 미치지 못하고, 이한범이 떠난 중앙 수비에서도 이전만큼 패스 줄기가 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원에서도 기성용의 짝으로 한승규를 내려쓰는 등 고육지책을 꺼내보기도 했으나 이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희망을 잃긴 이르다. 이라크 국가대표 센터백 술라카와 일본 미드필더 시게히로가 팀에 새로 합류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다른 선수들 역시 시간이 갈수록 김기동 감독 축구에 녹아들 가능성이 크다.
김기동 감독은 이번 주말 홈팬들 앞에서 첫 승 신고를 꿈꾸고 있다. 그는 인천전을 마친 뒤 "1라운드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90분 동안 기복 없는 플레이가 나와야 한다"라며 "지고, 비겼으니 다음 경기는 이기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라며 제주전 승리를 다짐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