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언어적 장벽이었을까. '바이에른 뮌헨 대선배' 클라우스 아우겐탈러(66)가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의 고충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독일 'TZ'는 13일(이하 한국시간)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쭉 수비진에 배치됐다. 그러나 지난 두 경기에서는 놀랍게도 벤치에 앉아야 했다"라고 김민재의 현 상황을 전했다.
이어 매체는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몬스터'는 중단됐다. 김민재는 일시적으로 주전 자리를 잃었다"라며 "위기에 빠진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벤치에 앉혔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채 라치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3-0으로 이겼고, 리그에서도 마인츠를 8-1로 제압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우겐탈러가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 진단에 나섰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의 원클럽맨이자 전설적인 수비수다. 1976년부터 1991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면서 분데스리가를 7차례나 제패했다.
아우겐탈러는 독일 국가대표로도 1990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족적을 남겼다. 그는 은퇴 후에도 유소년 팀, 수석코치, 감독 대행 등으로 활동하며 바이에른 뮌헨과 인연을 이어왔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엔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시즌 개막부터 이어진 김민재-다요 우파메카노 조합 대신 에릭 다이어-마테이스 더 리흐트 조합이 주전으로 떠오른 것. 지난 1월 임대생으로 새로 합류한 다이어와 부상에서 복귀한 더 리흐트가 신뢰를 받고 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다이어를 데려오며 "다이어는 센터백 스페셜리스트"라며 "우리는 그를 센터백 자리에서 활용할 것이다. 그는 오른쪽이나 왼쪽 센터백, 그리고 스리백 전술에서 뛸 수 있다"라고 환영했다. 실제로 그는 토트넘에서 벤치만 지켰던 다이어를 꾸준히 중용했다. 바이에른 뮌헨 보드진은 물론이고 독일 매체들도 일제히 다이어에게 호평을 내렸다.
여기에 더 리흐트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며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많은 게 바뀐 것. 어느새 투헬 감독이 가장 믿는 조합은 다이어-더 리흐트가 되고 말았다.
투헬 감독이 경기 운영 방식을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바꾼 점 역시 큰 영향을 끼쳤다. 다이어도 뒷공간 부담이 사라지자 큰 실수 없이 경기를 펼치며 롱패스 실력을 뽐내곤 했다. 토트넘 말년 시절 보여준 경기력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대신 김민재가 벤치에 앉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UCL 16강 2차전 라치오전에 이어 9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전에서도 선발 제외됐다.
김민재가 두 경기 연속 벤치에서 출발한 건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라치오전에선 아예 출전하지 못했고, 마인츠를 상대로는 팀이 7-1로 앞서고 있던 후반 30분 다이어 대신 교체 투입됐다.
혹사 논란까지 불거졌던 김민재가 순식간에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것. 그는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다. 2022-2023시즌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끈 그는 한 시즌 만에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독일 무대 정복에 나섰다. 수많은 팀이 군침을 흘렸지만, 투헬 감독이 직접 나서서 김민재를 설득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독일에서도 적응기 따윈 없었다. 김민재는 세리에 A 입성과 동시에 최우수 수비수를 수상한 선수답게 곧바로 바이에른 뮌헨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았고, 언제나 팀 후방을 지켰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시도 쉬지 못하며 휴식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이제는 선발 출격 기회를 기다리는 도전자 입장이 됐다.
아우겐탈러는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 이야기가 나오자 "우파메카노와 김민재가 중앙 수비에서 함께 뛰었을 때 그들의 개인 능력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좋은 수비를 만드는 요소인 조화가 부족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라치오전과 마인츠전에서 수비력이 훨씬 좋아졌다. 단지 더 리흐트와 다이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팀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이 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바이에른 뮌헨의 상승세가 다이어와 더 리흐트 듀오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아우겐탈러는 김민재가 겪고 있는 언어적인 고충도 언급했다. 그는 "의사소통 관점에서 보면 김민재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한국에서 왔고, 중국에서 튀르키예로, 튀르키예에서 이탈리아로 간 뒤 지난 여름 뮌헨으로 왔다. 그는 계속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했다. 이 점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민재는 2019년 전북 현대를 떠나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뒤 바쁘게 팀을 옮겨 다녔다. 2021년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 합류하며 유럽 무대에 발을 내디뎠고, 이후론 이탈리아 나폴리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며 1년마다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민재로서는 여러 나라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김민재는 16일 열리는 다름슈타트전에서도 선발 제외가 유력하다. 독일 '키커'를 비롯해 여러 매체들은 투헬 감독이 다시 한번 다이어-더 리흐트 듀오를 선발로 내세울 것이라 점치고 있다. 김민재로서는 3경기 연속 벤치에 앉게 되는 셈이다.
투헬 감독도 김민재가 지금은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인정했다. 그는 마인츠전을 마친 뒤 "김민재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는 선발로 나설 자격이 있고, 매우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도 있는 법"이라고 밝혔다.
독일 현지에서는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민재와 비교할 때 차별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벤트차이퉁'은 "다이어는 팀의 기둥이 됐다. 의구심이 있었으나 수비를 안정화시키고 조직화했다. 다이어의 의사소통 능력은 팀에 매우 좋은 영향을 줬다"라며 "김민재는 이제 센터백 3옵션에 불과하다"라고 전했다.
투헬 감독도 "다이어는 아주 명확하게 플레이하며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우리에게 좋고, 더 리흐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 다 한 발 앞서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재로선 일단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면서 기회가 오길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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