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달리 발로 뛴 황선홍(56) 감독의 대표팀 명단엔 설득력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태국과의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에 나설 대한민국 대표팀 명단을 공식 발표, 황선홍 임시 감독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표팀은 최전방을 책임질 공격수로 주민규(울산HD)와 조규성(미트윌란)이 선택됐다. 중원에는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PSG)을 비롯해 엄원상(울산HD), 정호연(광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황인범(즈베즈다), 박진섭(전북현대), 백승호(버밍엄)가 발탁됐다.
수비에는 이명재(울산HD), 김문환(알두하일), 설영우(울산HD), 김진수(전북현대), 조유민(샤르자), 권경원(수원FC), 김영권(울산HD),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이름을 올렸으며 골키퍼엔 조현우(울산HD), 송범근(쇼난벨마레), 이창근(대전)이 선택됐다.
아시안컵에 나섰던 '클린스만호'와 비교할 때 12명이 빠지고 9명이 들어왔다.
먼저 빠진 멤버를 살펴보면 아시안컵 내내 경기력 비판에 시달렸던 박용우(알아인)와 이기제(수원삼성)가 빠졌고 정승현(알와슬), 김태환(전북현대), 김주성(서울), 양현준, 오현규(이상 셀틱), 김승규(알샤밥), 이순민(대전), 문선민(전북현대), 황희찬(울버햄튼) 12명이 빠졌다.
추가된 멤버로는 주민규, 엄원상, 정호연, 백승호, 이명재, 김문환, 조유민, 권경원, 이창근으로 총 9명.
황희찬과 김승규는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으며 조유민과 권경원, 백승호는 다시 태극마크를 부여받았다. 양현준은 황선홍 감독이 먼저 맡고 있던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됐다.
다양한 자료와 경험을 바탕으로 뽑은 명단이라는 점이 분명히 보이는 명단 구성이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 '벤투호' 멤버로 활약했던 김문환과 조유민, 권경원에게 다시 태극마크를 부여했다. 월드컵 당시 김민재가 종아리 통증으로 자리를 비웠던 순간 권경원은 선발로 나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당시 포르투갈과 맞섰던 한국은 2-1로 승리했다.
월드컵 주전 오른쪽 풀백으로 뛴 김문환도 추가됐다. 클린스만 감독에겐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황 감독은 김문환을 택했다. 월드컵 당시 교체로 뛴 조유민도 함께 복귀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멤버들도 이름을 올렸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안겼다. 황 감독은 당시 지도했던 홍현석과 박진섭, 백승호까지 명단에 추가하며 '아시안게임 맛'을 더했다. 아시안컵 당시 문제를 일으켰던 중원을 익숙한 선수들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황선홍 감독은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발된 직후 K리그 무대를 살펴봤다. 조용형·정조국 코치들 또한 황 감독과 다른 장소에서 K리그 경기를 지켜봤다.
이를 통해 납득할 만한 선수들을 선발했다. 광주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호연은 물론이고 울산HD에서 꾸준히 활약한 이명재와 주민규도 선발했다.
특히 주민규는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HD 등에서 활약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이름 날렸지만, 황의조, 조규성 등 해외파 공격수에게 밀려 단 한 번도 이름 불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주민규는 대표팀에 승선했다. 실력엔 의문이 따르지 않는다. 183cm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과 간결하고도 정확한 마무리 능력, 양발을 모두 잘 쓴다는 장점이 있는 강력한 공격수다. 특히 22골을 퍼부었던 2021시즌엔 90분당 평균 0.74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황 감독은 주민규에 관해 묻자 "축구는 여러 능력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능력"이라며 "3년 동안 리그에서 50골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라고 짧고 명확하게 답했다.
이승우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승우는 2024시즌 K리그 첫 2경기에서 연속 골을 맛보며 대표팀을 향한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지난 2일 수원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리그 개막전이 이승우의 결승골로 마무리된 직후 김은중 수원 감독은 "승우는 전성기 나이인데 대표팀에서 멀어진 부분이 있다. '현장에 대표팀 관계자가 왔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라는 말로 동기부여를 했다"라며 이승우에게 대표팀 승선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9일 치른 전북현대와 경기에서도 이승우는 박스 안에서 자신을 둘러싼 전북 수비수 4명을 제치고 왼발 슈팅으로 전북의 골문을 열었다. 황선홍 감독은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경기 종료 후 이승우는 "(황 감독님이) 오시는 걸 알고 있었다. (김은중) 감독, 코치님도 이야기하고 인터넷을 통해 봤다. 모든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대표팀이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셔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더 확실하게 어필했다.
그러나 대표팀 승선은 불발됐다. 황선홍 감독은 "FC서울 경기 전 그 자리에서 미팅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이승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라며 이승우의 발탁을 두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은 "2선 조합 등 여러 측면을 봤을 때 선발하지 못했다. 아쉽게 생각한다"라며 이승우를 뽑지 못한 이유를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코칭스태프 선임 후에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55명의 예비 명단을 정했다. 그런 뒤 2주간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 해외 리그 영상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확인했다. 컨디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부상 선수를 제외하고 23명을 뽑았다"라고 선수 선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K리그를 관찰해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염두에 뒀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팀이다. 코치진이 면밀히 검토해 결정 내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