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것 같다."
잉글랜드 출신 에릭 다이어(30, 바이에른 뮌헨)가 '주가 상승'해 있는 현재 상황에 심취해 있다.
영국 '더 선데이 타임스'는 9일(한국시간) "다이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라는 기사 제목을 통해 다이어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29세의 다이어는 2014년 토트넘에 입단해 364경기에 나서 13골 1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몇 년간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수비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다이어를 향한 비난은 지난해 말 극에 달했고, 빨리 그를 처분해야 한단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놀랍게도 토트넘에서 ‘자동문’으로 통할 만큼 기대 이하의 수비력을 보여줬던 다이어를 원하는 구단이 있었다. 바로 뮌헨이다.
뮌헨은 지난 1월 다이어를 임대 영입했고, 3월 2일 영구 영입을 발표를 했다. 출전 횟수 조항을 채우면서 자동으로 계약 연장 옵션이 발동됐다. 뮌헨은 "다이어와 1년 더 함께한다. 2025년 6월까지 한 시즌 계약을 연장했다"라고 밝혔다.
다이어는 뮌헨 이적 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9경기를 소화했고, 그중 선발 출전은 7차례나 된다.
다이어는 최근 2경기 연속 김민재를 벤치로 밀어내고 선발 출격해 팀 승리에 일조했다.
그는 9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5라운드 FSV 마인츠 05와 경기에 선발 출격해 후반 30분까지 뛰었다. 팀은 8-1 대승을 거뒀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김민재 대신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로 센터백 선발 조합을 꾸렸다. 김민재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김민재의 2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다소 충격적이다. 그는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연속적으로 경기에 나서면서 ‘혹사 논란’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지난 1월 토트넘에서 뮌헨으로 이적한 다이어에 의해 최근 2경기 연속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김민재는 지난 6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 SS 라치오전(3-0 승리)에서도 선발 제외됐다. 해당 경기에서 그는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매치에선 후반 막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민재 대신 마인츠전 선발로 나선 다이어는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패스 성공률 92%(46/50)를 기록했고 태클 성공 2회, 클리어링 3회, 볼 리커버리 6회, 볼 경합 성공 5회를 기록했다. 슈팅 1회, 공격 지역 패스 2회, 상대 박스 내 터치 1회, 중장거리 패스 성공률 63%(5/8)를 기록했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를 2경기 연속 선발로 내세웠던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찌 됐든 ‘승리’다. 투헬 감독 입장에선 다이어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인츠전 후 투헬 감독은 김민재보다 다이어를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10일 독일 '스포르트1'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겐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선발로 나설 자격이 있고 매우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감싸고돌면서도 이내 "그러나 이럴 때(선발에서 제외)도 있는 법이다. 다이어는 아주 명확하게 플레이하며 말도 많이 한다. 우리에게 좋다. 더 리흐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둘 다 한 발 앞서 있다"라고 밝혔다. 다이어가 주전 경쟁에서 김민재보다 앞서 있다고 직접 말한 것이다.
다이어는 투헬 감독의 인터뷰로 인해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는 '더 선데이 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잉글랜드에서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다이어는 2012~2014년 포르투갈 리그 스포르팅 1군에서 뛴 적 있다. 이후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이어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내가 이룬 경력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재밌게도 국내(잉글랜드)보다 해외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토트넘 시절에 비해 뮌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다이어다.
다이어는 "'새로 태오난 아이는 잘 지내는지', '가족은 잘 지내는지', '마누엘 노이어와 토마스 뮐러는 친절한지' 등 사소한 것들을 나에게 물어보는 일을이 많다"며 따듯한 뮌헨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선데이 타임스'는 "다이어는 토트넘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는 토트넘에 너무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팬들을 흥분시키는 새로운 인물이 아닐 뿐이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다이어 역시 "나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6개월 동안 있었는데, 정말 좋았다.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만약 감독이 된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비슷하겠구나 생각했다. 단지 (내가 그에게 선택받지 못한 것은) 플레이 측면에서 서로의 느낌이 달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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