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토트넘)의 충성심은 익히 알려져 있다. 토트넘은 그의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 다가오는 여름 '초대형 재계약' 이야기가 들려올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손흥민 모시기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10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에 따르면 토트넘 구단 소식을 전하는 벤 제이콥스 기자는 “토트넘은 손흥민이 사우디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의 잔류를 확신한다”며 “손흥민은 토트넘에 100% 헌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년 여름 계약이 만료되는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할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5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다. 1년 연장 옵션 조항이 따로 있다.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은 벌써 9년째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최다득점자 해리 케인(30)이 올 시즌 직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어릴 적부터 토트넘에서 성장했던 케인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통산 273골을 터트리며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자로 기록됐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독일 명가 뮌헨으로 이적했다.
토트넘은 ‘골잡이’ 케인을 뮌헨으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와 계약 만료 시점이 2024년 여름이기에 마냥 붙잡고 있기엔 1년 뒤 그를 ‘공짜’로 풀어줄 수밖에 없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다. 결국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토트넘은 케인을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구단 레전드’를 어쩔 수 없이 내준 토트넘은 손흥민만큼은 철저하게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앞서 지난 5일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은 손흥민을 공짜로 잃는 걸 피하기 위해 새로운 계약 협상에 박차를 가할 준비가 됐다. 손흥민은 계약 연장을 서두르진 않지만, 토트넘은 그를 묶기 위해 필사적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32세가 된 손흥민을 원하는 구단은 여전히 많다. 특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 알 나스르)를 품은 사우디 리그 구단이 손흥민을 눈여겨 보고 있다.
손흥민은 사우디 리그에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재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해 6월 사우디 클럽이 손흥민의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단 것이 한 차례 알려졌다. 미국 'ESPN'은 "사우디의 한 구단이 6500만 달러(한화 약 835억 원)의 이적료로 손흥민 모시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구단은 알 이티하드로 알려져 있다.
소식을 접한 손흥민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할 일이 남아있다며 토트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 6월 엘살바도르와 A매치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가고 싶었으면 저는 지금 여기 없었을 것이다(웃음). 저는 축구를 사랑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건 꿈”이라며 “과거 (기)성용이 형도 한국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저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토트넘은 ‘메가톤급’ 재계약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풋볼 인사이더'는 "소식통에 따르면 ‘주장’ 새로운 지위를 반영해 토트넘은 인상된 급여 조건이 적힌 ‘거대한 재계약서’를 손흥민에게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19만 파운드(약 3억 1416만 3100 원)의 주급을 수령하고 있다. 재계약시 이를 뛰어넘는 금액을 손흥민이 제안 받을 예정이다.
한편 토트넘은 지난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던 손흥민을 영입했다. 당시 기준 이적료는 3000만 유로(약 399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함부르크를 통해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손흥민은 2010-2011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합류해 조금씩 존재감을 발휘했다. 기량을 인정받아 2013년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두 시즌 동안 맹활약했다. 특히 2014-2015시즌 17골을 터트리며 차범근의 한국 선수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에 다가서기도 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첫 시즌인 2014-2015 EPL 28경기에 나서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부터 그는 토트넘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2016-2017시즌 EPL 34경기를 소화하면서 14골 8도움 성적표를 작성했다.
그는 2021-2022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손흥민은 EPL에서 총 23골을 터트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22골로 살라에 한 골을 뒤져 있었지만 노리치시티를 상대로 멀티골을 폭발하며 23골을 완성했다. 같은 시간 울버햄튼전에서 한 골을 추가한 살라와 함께 득점왕이 됐다.
EPL을 넘어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 EPL·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프랑스 리그1·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건 손흥민이 최초다.
좋았던 시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득점왕에 오른 뒤 바로 다음 시즌이던 2022-2023시즌 손흥민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본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손흥민은 시즌 초반 자신에게 다소 맞지 않는 위치에서 뛰며 부침을 겪은 데 이어 2022카타르월드컵을 코앞에 두곤 안와골절 부상을 입어 수술대에 올랐다. 월드컵 참가가 불투명할 정도였지만 손흥민의 의지는 대단했다. 특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월드컵에 나섰고 한국의 16강행에 크게 일조했다.
손흥민이 월드컵에 다녀온 후 토트넘 사령탑은 2번이나 바뀌었다. 지난해 3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경질한 토트넘은 4월엔 뉴캐슬전 1-6 대패를 이유로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 대행까지 경질했다. 팀은 크게 흔들렸지만, 손흥민은 기분 좋은 개인 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시즌 리그 10골 6도움, 공식전 14골 6도움을 기록하며 EPL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과 7시즌 연속 20개 이상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시즌 초반 부진과 소속팀 내 발생한 악재를 이겨내고 작성한 귀중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아시아 역사도 썼다. 그는 지난해 4월 브라이튼전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득점을 올리면서 EPL 통산 100골 고지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 기록이다.
더 나아가 3골을 더 추가한 손흥민은 EPL 통산 103골을 완성, '우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 알 나스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 시즌엔 ‘주장’ 완장까지 달며 이젠 구단을 이끌어 가야 하는 베테랑 선수가 됐다. 손흥민을 주장으로 임명하면서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한국대표팀 주장도 맡아왔고, 축구계에서 동료와 상대 모두에게 늘 존중받는 선수다. 매일 열심히 훈련하며 모범을 보인다"라고 극찬했다.
8년 사이 어느덧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없어선 안될 선수가 됐다. 그를 토트넘은 ‘초대박 재계약’으로 대우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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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흥민.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