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음바페 제치고 홀란을 현존 세계 으뜸의 골잡이로 택했다[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03.09 10: 28

세월의 물결은 변화를 수반한다. 한결같은 천고의 진리다. 모든 세상사에 통용되는 천지자연의 이치다. 스포츠계에서 회자되는 “영원한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다”라는 철칙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짐은 물론이다.
지금 세계 축구계 골잡이 판도는 전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2010년대를 지배하던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의 ‘양웅 시대’는 갔다. 오래도록 유지되던 쌍벽 체제를 대신해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와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 호령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메시와 호날두는 당대를 풍미한 ‘축구 제왕’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 축구계를 휩쓸며 군림한 ‘신계의 사나이’다. ‘쌍두마차 시대’는 끝이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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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그들도 인간이었다. 세월의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중천에서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은 어느덧 석양으로 화하면서, ‘메날두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는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둘이 차지하고 있던 중공(中空)의 자리에, 누군가가 시나브로 대신해 들어서고 있다. 곧, 음바페와 홀란이다. 단순히 샛별로만 여겨지던 그 시절은 이미 훌쩍 지나 저편으로 사라졌다. “우리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당당히 외칠 만큼 용솟음치는 기세를 뽐내는 새로운 두 명의 제왕이다.
음바페는 일찌감치 메시와 호날두의 뒤를 이를 세계적 골잡이로 손꼽혔다. 프랑스 리그 1 올해의 선수 3연패(2020-2021~2022-2023시즌)를 비롯해 4회 선정과 득점왕 5연패(2018-2019-2022-2023시즌)가 여실히 입증한다. 2023-2024시즌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21골(이하 8일 현재·현지 시각)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2골로 2위에 자리한 알렉상드르 라카제트(32·올랭피크 리옹)를 아주 멀찍이 따돌리며 6연패를 눈앞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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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음바페와 홀란 가운데 현존 최고의 골잡이는 누구인가? 호사가들의 구미를 잔뜩 동하게 할 만한 물음이다. 그러나 쉽게 답하기 힘들지 않나 싶다. 메시와 호날두의 우열을 단정할 수 없듯, 음바페와 홀란도 백중세의 각축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UCL 기록 통계 대비 대부분에서, 홀란이 음바페에 우위 점해
이처럼 난형난제의 경쟁은 2023-2024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똑같이 6골을 터뜨리며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득점 레이스를 가장 앞에서 주도하는 음바페와 홀란이다. 둘과 보조(6골)를 같이하고 있는 골잡이는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뿐이다.
당대 으뜸의 두 골잡이가 벌이는 팽팽한 각축전에, UEFA도 눈길이 사로잡힌 듯싶다. ‘둘을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How they compare)’를 흥미로운 관점에서 살펴봤다. UEFA는 분석 근거로 두 골잡이가 UCL에서 올린 성적을 제시했다. “음바페와 홀란 중 누가 더 나은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UEFA는 “다만, 그 판단에 도움 되도록 객관적 통계를 보여 줄 뿐”이라고 배경을 밝혔다(표 참조).
위 표에서 알 수 있듯 UCL 통산 성적에선, 음바페가 홀란에 앞선다. 69경기에서 46골 26어시스트(공격 포인트 72)를 수확한 음바페가 37경기에서 41골 5어시스트(〃 46)를 결실한 홀란을 제쳤다. 아무래도 데뷔 시즌이 3년 빠른 음바페가 앞설 수밖에 없다고 할 만한 수치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득점에선, 홀란이 음바페를 압도한다. 한 경기당 한 골 이상(1.11)을 터뜨린 홀란이 음바페(0.67)를 거의 배에 가깝게 능가했다.
UCL 득점 이정표 부분에서도, 홀란이 음바페를 울렸다. 출장 경기 수와 달성 연령으로 나눠 살펴본 마일스톤 골(10-20-30-40)에서, 홀란이 음바페를 크게 물리쳤다. 8개 분야에서, 홀란은 10골에 도달한 나이에서만 음바페에 우위를 내줬다. 음바페가 19세 생일을 8일 남기고 10골 고지를 밟은 반면, 홀란은 19세 212일에 이르렀다. 그러나 소요 경기에선, 홀란이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앞장섰다. 홀란이 10골 고지에 오르는 데엔, 불과 7경기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음바페는 15경기를 치르고서야 올라설 수 있었다.
전 세계를 아연케 했던 홀란의 파괴력은 기록에서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20-30-40골 고지에 등정하는 데 걸린 경기 수와 시일은 모두 ULC 최고 기록이었다. 곧, 최소 경기와 최단 시일 기록 모두 홀란의 손안에 있었다.
특히, 음바페는 울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신이 갖고 있던 20-30-40골 최단 시일 기록을 모조리 홀란이 깨뜨렸으니 말이다. “나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도대체 왜 제갈량을 태어나게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한탄한 주유가 연상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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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는 ‘홀란과 음바페 중 누가 더 뛰어난 골잡이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명쾌한 단정을 피했다. 그러나 UCL 통계를 제시한 점에선, 은연중 홀란의 손을 들어 주고 싶지 않았나 보인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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