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폴 포그바와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리오 퍼디난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폴 포그바가 나와 도핑 혐의 관련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했으면 하는 의견을 냈다.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8일(한국시간) “퍼디난드는 도핑 혐의로 4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폴 포그바에게 손을 내밀었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달 29일 '유로 스포르트'는 "포그바가 도핑 문제로 4년간 축구 금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2027년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을 것이며 그 무렵에는 거의 34세가 된다"라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터졌다. 포그바가 제출한 샘플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된 것. 당시 유벤투스는 "구단은 2023년 9월 11일 오늘 포그바가 2023년 8월 20일에 시행한 검사 결과에 따라 이탈리아 반도핑 조사위원회(NADO)로부터 예방적인 출전 정지 명령을 받았다고 알린다. 구단은 어떤 다음 조치를 취할지 고려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가 된 경기는 유벤투스가 3-0으로 승리한 우디네세전이었다. 포그바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벤치만 지켰지만, 경기 후 무작위로 선정한 약물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리고 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테스토스테론은 운동선수들의 지구력을 높여주는 남성 호르몬으로 대표적인 금지 약물 중 하나다. NADO 대변인은 포그바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비내성 테스토르테론 대사산물'이 발견돼 도핑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포그바는 고의로 복용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양성 반응에 대한 반대 분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검사에서도 똑같이 양성 반응이 나왔다.
두 샘플 모두 테스토스테론 등 다른 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하는 디하이드로 에피안드로스테론(DHEA)이 발견됐다. DHEA는 한때 '청춘의 샘'으로도 불렸던 호르몬으로 노화 방지와 근육 강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별생각 없이 먹은 보충제가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ESPN'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포그바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의사인 친구 중 한 명에게 식품 보충제를 처방받았다. 특정 보충제는 미국에서는 얻을 수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얻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포그바는 구단 측에 보충제 이야기를 고백하며 구단 의료진에게 복용 허가를 요청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포그바는 반도핑 분쟁 전문가 마이크 모건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소용없었다. NADO는 기존에 내렸던 4년 출전 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포그바는 금지 약물을 실수로 복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불명예스럽게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1993년생 포그바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만큼 별다른 일이 없더라도 2027년이면 은퇴를 고려할 시기다. 게다가 도핑 문제로 4년 공백기까지 생긴다면 프로 무대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때 세계적인 천재였던 포그바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몰락이다. 그는 유벤투스에서 날개를 펼치며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했고, 2016년엔 8900만 파운드(약 1501억 원)에 맨유로 이적하며 이적료 신기록을 세웠다.
포그바는 '월드컵 위너'이기도 하다. 그는 프랑스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외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월드 베스트 11,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팀, 세리에 A 올해의 팀 등 수상 경력도 화려했다.
하지만 포그바는 기복 있는 활약과 불성실한 태도,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 시즌 유벤투스로 복귀한 뒤로도 쭉 드러누웠다. 그는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으나 도핑 문제까지 터지면서 커리어를 마감할 위기에 빠졌다.
일단 포그바는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난 오늘 NADO의 결정을 들었고, 판결이 틀렸다고 믿는다. 프로 선수 커리어에서 쌓아온 모든 것을 빼앗겼다. 슬프고 충격적이며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이어 포그바는 "내가 법적인 규제에서 벗어나면 모든 이야기가 명확해질 것이다. 나는 도핑 방지 규정을 위반하는 어떤 보충제도 고의적으로 복용한 적 없다. 금지된 물질을 사용함으로써 경기력을 향상시키려 한 적도 없고, 동료나 팬들을 무시하거나 속인 적도 없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끝으로 포그바는 "스포츠 중재 법원에 오늘 발표된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덧붙였다.
8일 ‘데일리 스타’는 “퍼디난드는 과거 맨유에서 포그바와 3년 동안 함께 지냈다”라며 두 사람이 친분이 있단 것을 설명한 뒤 “퍼디난드는 포그바에게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말하라’고 조언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두가 알아야 한다’로도 말했다”라고 들려줬다.
하지만 포그바는 항소 소식만 들려준 뒤, 자세한 내막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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