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데뷔전 승리' 수원 GK 양형모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겠다"[오!쎈 인터뷰]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3.04 11: 42

"목표는 우승이다.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겠다."
수원 삼성은 3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 K리그2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충남아산FC를 2-1로 꺾었다. 당당하게 '다이렉트 승격'을 외쳤던 염기훈 감독은 정식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게 첫발을 떼게 됐다.
뮬리치가 멀티골을 터트렸다. 그는 전반 22분 선제골을 넣으며 수원 역사상 2부리그 1호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추가시간엔 환상적인 프리킥 슈팅으로 다시 한번 골망을 갈랐다.

그 덕분에 수원은 전반 37분 조윤성의 퇴장 악재를 이겨내고 승점 3점을 따냈다. 후반 24분 정마호에게 만회골을 내주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수문장 양형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그는 선방 3회를 기록하며 수원의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후반 29분 선방 장면이 압권이었다. 양형모는 골문 바로 앞에서 나온 충남아산 박대훈의 결정적인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며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후 양형모는 "팀이 강등당하면서 팬분들 상처가 많았다. 부담감도 있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수원을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희망을 드리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4196명이나 됐다. 2부 강등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원 팬들이 뜨거운 응원 열기를 보여줬다.
골대 뒤 관중석을 본 양형모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팬분들은 그대로였다. 우리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 시작 전에 (동료들에게) 팬분들을 한번 쳐다보라고 했다. 오늘 다 쏟고 나오자고 했다"라고 밝혔다.
수원은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막판 조윤성이 퇴장당하며 위기를 맞았다. 양형모는 당시에 대해 묻자 "순간적으로는 위험한 지역에서 프리킥을 내줬기 때문에 잘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그다음에는 선수들이 판정에 계속 항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나간 판정에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경기를 준비하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속상할 조윤성에게 해준 말은 있을까. 양형모는 "뭐 커피 사라고 했다"라며 웃은 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침 주장 완장이 빨간색이어서 그거라도 전해줘야 하나 생각했다. 그래도 다음에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된다. 오늘도 그전까지 아주 잘해줬다. 항상 믿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정적인 선방 장면도 되돌아봤다. 양형모는 "그냥 본능적으로 상황에 임했다"라며 "보통 상대방이 그런 지역에서 공을 뺏어내면 크로스를 많이 시도한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체크를 했는데 공격수가 보였다. 체크를 잘해서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양형모는 염기훈 감독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염기훈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무 말 없이 양형모를 부른 뒤 주장을 맡겼다고 전했다. 이날 승리한 뒤에도 "양형모는 10년 가까이 보면서 어떤 스타일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선수들을 끌고 가는 부분에 확신이 있어서 주장을 맡겼다. 그런 모습이 경기장에서 더 많이 나온 것 같다"라며 믿음을 보여줬다.
양형모는 염기훈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감독님께서 나를 왜 믿어주시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믿음을 주신 덕분에 나 자신으로서도 감사함과 책임감이 강하게 들고 있다. 그걸 이제 운동장에서도 잘 드러낼 수 있게 노력 중이다. 그런 부분들이 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주장 완장의 무게도 전했다. 주장으로서 팬들에게 인사한 양형모는 "주장 데뷔전이 승리로 마무리돼서 기분 좋다. 왼쪽 팔이 조금 무거운 것 같지만, 기분 좋은 무게감이었다"라며 "주장이라는 게 진짜 책임감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또 응원 와주시는 팬분들께 어떤 상황이든 잘 인사드리면서 경기장에 오는 맛이 있게 해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양형모는 "우리 팀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겠다. 우리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늘 감사함을 가지고 준비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