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안 괜찮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경기장에 와서 여차하면 경기 뛸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였어요."
무심하게 한 마디 던진 것 같은 말투였지만, '오너' 문현준을 생각하는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5명이 뛰는 소환사의 협곡에서 누구보다 호흡을 맞춰야 하는 미드-정글의 캐미스트리는 경기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지난 3년간 파트너로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후배의 건강에는 '페이커' 이상혁 역시 염려의 뜻을 숨기지는 못했다. '오너' 문현준 대신 경기에 나선 '구원' 구관모를 잘 이끌어 팀의 11연승에 일조한 '페이커' 이상혁은 '오너' 문현준의 쾌유를 기원했다.
T1은 2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녹화 중계로 벌어진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2라운드 브리온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건강 문제로 결장한 '오너' 문현준 대신 긴급 콜업으로 투입된 '구원' 구관모가 큰 실수 없이 경기를 풀어갔고, 탐 켄치로 괴물 같은 플레이를 펼친 '케리아' 류민석, 이상혁이 1, 2세트 POG에 선정, 팀의 11연승을 견인했다.
이로써 T1은 시즌 11승째(1패 득실 +19)를 올리면서 젠지에 내줬던 1위 자리를 하루 만에 되찾았다.
녹화 중계 이후 2세트 POG로 방송 인터뷰에 나선 이상혁은 "오너 선수도 그렇고, 선수단 컨디션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오너 선수가 팀 내에서 이니시에이팅이나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는 역할이라 걱정이 많았다. 구원이 빈 자리를 잘 해줘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오너' 문현준의 몸 상태를 묻자 그는 "안 괜찮아 보이기는 했다. 그래도 경기장에 와서 여차하면 경기를 뛸 준비도 하고 있을 정도로 지금은 괜찮은 상태인 것 같다"고 결장을 결정했던 당시 보다는 상태가 호전됐다는 것을 전했다.
이날 탈리야로 1, 2세트 활약한 이상혁은 POG 공동 1위로 올라서며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리그에서 탈리야는 2승 11패로 매우 승률이 낮은 챔프. 이상혁은 그 비결까지도 특유의 유머코드가 담긴 견해를 밝혔다.
"미드 영향력이 커지면서 POG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또 팀원들이 잘해줘 받을 수 있었다. 아지르 같은 경우도 시즌 초반 승률이 안 좋았지만, 요즘에 많이 사용하면서 승률이 좋아진 것 처럼 탈리야도 사용한 횟수가 늘어나면 승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상혁은 "다음 주 경기도 발전된 모습,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짧은 각오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