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 이길 자신 있습니다...무조건 우리가 먼저 때리고 들어갈 거라고 얘기했어요."
염기훈(41) 수원 삼성 감독의 머릿속엔 오직 승리, 그리고 승격밖에 없다.
수원 삼성은 지난 시즌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사령탑을 두 명이나 교체하고도 K리그1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 1995년 창단 후 첫 K리그2 강등이라는 현실을 맞이했다.
'수원의 사나이' 염기훈이 위기의 순간 감독 대행을 맡으며 소방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원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반전 드라마를 만드는가 싶었으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강원과 비기며 좌절되고 말았다.
이제 수원은 염기훈 정식 감독과 함께 명가 재건을 꿈꾼다. 그는 26일 오후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하나은행 K리그2 2024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감과 패기로 부딪치겠다고 다짐했다.
왼쪽 가슴에 수원 엠블럼 뱃지를 달고 나온 염기훈은 "솔직히 감독 대행 때는 부담이었다. 시간도 너무 부족했다. 이젠 솔직히 부담보다 기대가 크다. 어떻게 보면 경험이 없기 때문에 패기가 넘칠 수도 있다"라며 "젊은 지도자로서 패기 있게 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목표는 당연히 K리그2 우승이다. 염기훈 감독은 "처음부터 승격이라고 얘기를 했다. 무조건 다이렉트 승격이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라며 "당연히 부담을 가져야 하고, 이제는 부담을 가질 준비도 됐다. 분명히 우리를 이기겠다고 하는 팀이 나오겠지만, 우리도 무조건 이길 수 있다. 누구 생각이 맞는지 보고 싶다. 지금은 다 이길 자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가 1부에서 2부로 내려왔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2부 1위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 절대 1위에서 떨어지지 말고 다이렉트 승격을 이뤄보자고 했다. 정말 떨어지지 않고 바로 올라갈 수 있게끔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염기훈 감독이 준비한 축구는 어떤 축구일까. 그는 "첫 번째로 강조한 점은 패스 후 움직임이다. 패스하고 서 있는 선수들에겐 강하게 얘기했다. 또 누군가가 빠져나간 자리는 다른 선수가 채워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라며 "원칙 안의 자유다. '너는 이렇게 해' 이런 지도를 하면 선수들이 자기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공격 쪽에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전술을 설명하는 염기훈 감독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그는 "70~80% 정도는 완성됐다고 본다. 솔직히 작년엔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나도 못했다. 대행을 맡고 이틀 만에 경기를 준비했다. 또 패배 의식이 너무 많다 보니까 실점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 한 골을 내주면 무너져버려서 수비적인 전술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며 "지금은 완전 다른 축구,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연습에서도 잘 나왔다"라고 강조했다.
염기훈 감독은 2024시즌 수원의 축구를 먼저 때리는 축구, '선빵 축구'로 표현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난 먼저 맞기 싫다'라고 얘기했다. 우리가 먼저 때리고 들어갈 거라고 했다. 많은 팬분들이 왜 수원은 전반을 버리고 들어가냐, 왜 항상 실점하고 시작하냐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승격하려면 공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라고 했다.
이어 염기훈 감독은 "그래서 선수들한테도 '소극적으로 하다가 먼저 맞고 싶지 않다. 무조건 우리가 먼저 때리고 들어갈 것'이라고 얘기했다. 더 공격적으로 가려고 준비했다"라며 "분명히 내가 작년에 감독 대행을 맡았을 때와는 정반대의 축구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당차게 선언했다.
한편 수원의 개막전 상대는 충남아산이다. 수원은 내달 3일 오후 2시 충남아산을 홈으로 불러들여 1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염기훈 감독은 "우리가 원하는 경기 내용으로 승리하는 게 내 그림"이라며 "모두들 홈 첫 경기에 모든 게 걸려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명확히 보여드려야 팬분들의 생각도 우리 선수들 자신감도 바뀔 수 있다. 내게도 마찬가지다. 아산전이 큰 반환점이 될 수도 있다. 솔직한 마음으로 난 아산전에 모든 걸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염기훈 감독과 김현석 충남아산 감독은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둘은 지난 2009년 울산 현대에서 선수와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옛 스승을 적으로 만나게 된 염기훈 감독은 "은사님이라고 봐드리는 건 없다. 빅버드에선 아무리 잘 준비하고 와도 안 된다는 사실을 모든 감독님께 보여드리겠다"라며 경고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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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