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전력강화위원회였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개최된 3차 회의서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A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했다. 황 감독은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2경기서 A대표팀 감독으로 데뷔한다.
당초 전력강화위는 1차 회의서 K리그 현직 감독을 곧바로 정식감독으로 선임한다는 분위기가 흘러나온 뒤 제대로 역풍을 맞았다. 축구팬들이 축구협회에 근조화환을 보내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여론을 의식한 전력강화위는 2차 회의서 임시감독을 선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어지는 3차 회의서 구체적으로 최종후보를 추리기로 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3차 회의서 정해성 위원장이 황선홍 감독에게 수락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원래 최종 후보군만 정하기로 한 자리에서 정 위원장이 황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위원들이 반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상적으로 회의를 거쳐 위원들의 의견을 모으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는 황선홍 감독은 당장 파리올림픽 준비를 위해 3월 중동에서 친선전을 치러야 한다. A대표팀과 일정이 겹친다. 온전히 올림픽에 집중해도 시간이 없는 황 감독이 어떻게 A대표팀까지 책임질까.
해당 문제를 지적하자 정해성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제가 책임 지겠다”고 장담했다. 현재 전력강화위원장의 가장 큰 책무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최대한 올바른 절차를 통해 A대표팀 신임감독을 선임하는 것이다.
만약 황 감독이 태국에게 승리하지 못하고,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나온다면 정 위원장이 사퇴로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은 책임회피에 불가하다. 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다면 정식감독 선임 절차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이미 최악의 결과가 나온 뒤에 위원장이 사퇴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국축구 ‘도하 참사’가 나온 이유는 무능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식감독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이 해외체류 등으로 계약내용을 어겼음에도 제대로 된 통제를 하지 못했다.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망신을 당하고도 축구협회는 단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한국축구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했지만 축구행정은 여전히 아쉽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