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라면 '이강인 탁구사건'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3차 회의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개최됐다. 전력강화위는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A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했다. 황 감독은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2경기서 A대표팀 감독으로 데뷔한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A매치 2경기를 위해 K리그 현직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무리다. 외국인 지도자는 맞지 않다. 1순위가 황선홍 감독이었다. 25일 낮에 황선홍 감독에게 제안했고 어제(26일) 수락했다”고 밝혔다.
A대표팀은 오는 3월 21일 서울에서 태국을 상대로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른다. 이후 한국은 26일 방콕에서 리턴매치를 갖는다. 전력강화위는 5월까지 신임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황 감독이 A대표팀을 지도하는 실질적 임기는 2주도 되지 않는다.
'이강인 사건' 분열된 A대표팀, 최우선 과제는 '원팀' 만들기
황 감독은 짧게 A대표팀을 맡은 뒤 4월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3위 이내에 들어야만 파리로 갈 수 있는 중요한 대회다. 조별리그부터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해야 한다.
A대표팀의 가장 큰 과제는 ‘원팀’으로 뭉치는 것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이강인 탁구사건’을 겪으며 팀이 분열됐다.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이강인과 손흥민이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베테랑 선수들이 이강인의 4강전 제외를 클린스만 감독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거절했다.
대회 종료 후 이강인이 런던까지 찾아가 손흥민에게 사과하며 둘의 관계는 정리됐다. 하지만 이강인과 다른 베테랑 선수들 사이에는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 황선홍 감독은 태국에 대한 전술 대응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특히 이강인을 3월 대표팀에 불러서 어떻게 팀에 녹아들게 할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빅클럽에서 뛰는 천재라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강인하게 확실하게 주입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과연 이강인 컨트롤 가능할까?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을 맡으며 어린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풍부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이강인, 정우영, 설영우를 이끌고 금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어린 선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
90년대 한국최고 공격수였던 황선홍 감독은 손흥민 등 고참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90년대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팀내 규율이 훨씬 엄격했다. 시대가 바뀌면 문화도 바뀐다. 하지만 지금의 대표팀은 선수들끼리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율마저 무너진 것이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방관에 가까울 정도로 선수단을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 정해진 식사시간도 따로 없었다. 주장 손흥민이 팀 미팅을 공지해도 제대로 시간조차 모르는 선수도 있었다. 클린스만은 바로 앞에서 선수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데 전혀 관여하지도 않았다. 그는 SNS에 선수들 뒷담화 글만 올리면서 화를 키웠다.
황선홍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런 방만한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놔야 한다. 제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이강인이라도 팀내 규율을 무시하면서는 절대 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한국을 원팀으로 뭉치게만 해도 황선홍 감독은 임시감독으로서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국전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