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협회(CFA)는 지난 24일 브란코 이반코비치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다가오는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알렉산드르 얀코비치(52, 세르비아) 전 감독은 경질됐다.
올해로 나이가 70세인 이반코비치 감독은 크로아티아 출신이다. 하노버 96, 이란, 디나모 자그레브, 산둥 루넝, 알 에티파크, 페르세폴리스, 알 아흘리, 오만 등을 거친 지도자인 그는 중국 대표팀의 역대 10번째 외국인 감독이 됐다.
이반코비치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서는 오만을 이끌었다. 하지만 2무 1패로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재계약이 불발됐다. 바로 이 때부터 중국의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26일 중국 '소후닷컴'에 게재된 기사를 보면 이반코비치 감독은 CFA가 내세운 거의 모든 조건을 총족하는 지도자다. 이란, 오만 대표팀을 거쳐 아시아 축구를 잘 알고 있고 산둥(2009~2011년)을 맡아 중국 축구까지 경험했다.
여기에 이반코비치 감독의 몸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 현지 매체들은 이반코비치 감독의 기본 연봉이 100만 유로(약 14억 원)가 되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받은 220만 달러(약 30억 원)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대신 이반코비치 감독은 성적에 따른 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성과를 거둘 경우 상당한 보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약금 없이 서로 작별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구조인 만큼 CFA와 이반코비치 감독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CFA가 찾아낼 수 있는 최적의 감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반코비치 감독이 중국 대표팀에 질적 변화를 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 알고 있다"고 낙담했다.
브란코비치 감독은 중국 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2004년 아시안컵 8강서 이란을 이끈 브란코비치 감독은 한국을 꺾고 4강에 올랐으나 개최국 중국에 승부차기로 패해 3위에 만족해야 했다.
2009년 말 산둥 사령탑에 오른 브란코비치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부진 속에 사퇴했다. 또 2019년 오만을 이끌었던 이반코비치 감독은 2022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중국을 상대로 1승 1무를 거뒀다.
이에 이 매체는 "전임 얀코비치 감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경력은 과거일 뿐이다. CFA가 이반코비치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시간이 촉박하고 예산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유일한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반코비치 감독 이전 서정원 청두 룽청 감독과 최강희 산둥 타이산 감독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실제 서 감독은 중국 대표팀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FA는 서 감독보다는 최강희 감독이 더 경력을 높게 평가했다.
최강희 감독은 CFA가 원하는 거의 모든 조건에 부합했다. 하지만 최 감독의 연봉이 CFA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는 것이 이 매체의 설명이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전 스위스 감독 등도 마찬가지 이유로 다가서기 힘들었다고.
이런 가운데 이반코비치 감독은 CFA와 인터뷰에서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중국을 진출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시안컵에서 중국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을 보고도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는 점이 CFA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CFA는 이반코비치 감독과 월드컵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중도에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그 목표는 오는 6월 있을 태국과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3차 예선을 가기 위해서는 태국과 경기를 잡아야 한다. 중국은 오는 6월 6일 태국과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이 1위에 오른다고 보고 남은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태국전이다. 중국은 태국 원정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반코비치 감독은 일단 크로아티아로 돌아간 상태다. 4명의 외국인 코치와 4명의 중국인 코치가 이반코비치 감독을 보좌할 예정이다. 다음달 중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최대한 많은 중국 슈퍼리그를 관람, 차기 대표팀 구성에 대비할 생각이라고.
이 매체는 "3월 중국 대표팀은 중국 측 코칭스태프가 추천할 예정이어서 아시안컵 명단과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반코비치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닥에 떨어진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추락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태국, 싱가포르와 C조에 속한 중국은 오는 3월 21일과 26일 조 최약체인 싱가포르와 2연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승점 6), 태국(승점 3)에 이어 3위(승점 3)에 올라 있는 중국은 싱가포르(승점 0)를 제물 삼아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