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사령탑을 찾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에 나선다.
KFA 전력강화위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2차 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21일 열렸던 1차 회의와 달리 2차 회의부터는 모두 미디어 비공개 방식으로 열린다.
전력강화위는 정해성 신임 위원장의 주도하에 돌아가고 있다. KFA는 20일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대신해 정 위원장을 앉히며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할 전력강화위원으로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10인을 택했다. 인사 기준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은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상의된 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조속히 알아보겠다"라며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얼굴만 바뀌었을 뿐 알맹이는 그대로인 모양새다. 정 위원장은 21일 3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 끝에 마이크를 잡았지만, 허울 좋은 말과 포장만 가득했다.
이석재 부회장이 말했던 '사견'이 공식화된 게 전부였다. 정 위원장은 국내파 감독 중 한 명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내달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앞두고 빠르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현재 후보로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 K리그 현역 감독들을 비롯해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K리그 감독이 1순위일 시)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모두 이석재 부회장이 주장했던 그대로다.
감독 선임 8가지 기준을 제시하긴 했지만, 하나마나한 말이었다. 정 위원장은 ▲전술적 역량 ▲육성 ▲지도자 성과 ▲경험 ▲소통 ▲리더십 ▲인적시스템 ▲성적을 요건으로 내세웠으나 모두 원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했다.
불똥이 튄 K리그 팬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눈 뜨고 감독을 뺏길 위기에 처한 만큼 당연한 일. 심지어 2024시즌 개막까지는 단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팬들은 지난 16일 축구회관 앞으로 "국내 감독 낭비 그만 K리그가 만만하냐"라고 적은 근조 화환을 배달했다. 그간의 울분이 섞인 행동이었다.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 역시 "K리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홍명보 감독을 지키려는 울산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함을 규탄한다. 협회 졸속 행정의 책임을 더 이상 K리그에 전가하지 마라"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2일에는 축구회관 앞에서 K리그 감독 선임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KFA가 선임 기조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2차 모임 때 조금 더 논의하기로 했다. 그때 위원님들의 생각을 실질적으로 취합해서 감독 후보 이름이 거론되지 않을까. 2차 회의 때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한단 분위기가) 바뀔 여지는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KFA가 팬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기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만약 이날 무언가 변화가 생긴다 하더라도 정확히 감지하기 어렵다. 2차 회의부터는 전면 비공개로 현장 스케치는 물론이고 결과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배포도 없기 때문.
KFA는 "최종 결과가 나오면 각 차수별 회의 내용과 경과 보고를 포함한 결과 발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들로서는 그저 속만 태우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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