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역대급 흥행을 몰고 왔던 K리그가 새로운 시즌 개막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모든 이슈는 대한축구협회(KFA)가 가져갔다. KFA의 막무가내 행보로 봄을 기다리던 K리그만 멍들어가고 있다.
또 하나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하나원큐 K리그 2024는 오는 3월 1일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를 시작으로 긴 여정을 시작한다.
K리그는 지난해 최초로 유료 관중 300만 시대(301만 1509명)를 열어젖히며 흥행 대박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뜨거웠던 열기를 이어가는 일. 25개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6차례 미디어 캠프와 팬미팅 등 여러 이벤트로 겨우내 새 시즌 준비에 열중했다.
구단들도 각자의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K리그1 3연패를 꿈꾸는 울산은 고승범, 황석호, 심상민, 김민우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알차게 보강했고, 정상 탈환을 꿈꾸는 전북 역시 티아고와 에르난데스, 이영재, 김태환 등을 품으며 준비를 마쳤다.
감독들의 지략 대결도 뜨거운 화두다. '기동 매직' 김기동 감독은 포항을 떠나 서울 사령탑을 잡았고, 포항은 '원클럽맨' 박태하 감독을 데려왔다. 제주도 김학범 감독을 선임하며 반등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이정효 감독과 함께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누빌 광주와 ACL 출전권을 목표로 내건 대전, 승격팀의 반란을 꿈꾸는 김천 등 이야깃거리가 적지 않다.
충격적인 스타 플레이어 이적도 있었다. 바로 서울의 제시 린가드 영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공격수인 그는 서울의 당당한 설명대로 'K리그 역사상 최고 빅네임'이다. 린가드가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부터 수많은 팬들의 이목이 쏟아졌다.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K리그를 향한 관심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3 아시안컵 요르단전 충격패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론으로 순식간에 식고 말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 하나하나가 가장 큰 이슈가 됐다.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이 공식 경질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KFA가 정상적으로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을 밟아 나갔다면, 대중들의 눈도 어느 정도 K리그로 돌아갔을 수 있다.
하지만 K리그는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바로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이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현직 K리그 감독들이 물망에 오르게 된 것. 홍명보 감독과 김기동 감독, 김학범 감독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KFA는 임시 감독도 아닌 정식 감독을 원하고 있다. 정해성 위원장은 "대표팀을 재정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감독 선임을 6월까지 미루는 건 맞지 않다"라고 밝혔다.
K리그 팬들과 구단으로서는 눈 뜨고 하루아침에 감독을 뺏길 위기에 처한 셈. 실제로 정해성 위원장은 K리그 현직 감독이 1순위가 되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묻는 말엔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답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연히 팬들은 분노에 빠졌다. 지난 16일엔 축구회관 앞으로 "국내 감독 낭비 그만 K리그가 만만하냐"라고 적힌 회관이 배달됐다. 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 역시 "K리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홍명보 감독을 지키려는 울산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함을 규탄한다. 협회 졸속 행정의 책임을 더 이상 K리그에 전가하지 마라"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2일에는 축구회관 앞에서 K리그 감독 선임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연맹으로서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26일 열리는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도, 대표팀 관련 질문을 지양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마음만 졸이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불똥에 가슴만 앓고 있는 K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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