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는 역시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인가 보다.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열정과 어우러진 신기의 골 솜씨는 아연함마저 자아낸다. 도대체 흐르는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퇴색하지 않는 득점력은 상식을 우롱하는 듯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두 명의 ‘축신(蹴神)’이 세운 득점 기록은 실로 형형하다. 득점에 관한 한 현대 축구사의 각종 기록은 둘이 도맡아 세웠다. 아니,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눈부신 발자취를 남겨 가고 있다. 한 세기 반을 훌쩍 뛰어넘는 현대 축구사를 통틀어도, 이제는 영면한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를 빼고는 비교할 엄두가 나지 않게 하는 절대적 위업을 이룬 신계의 사나이들인 메시와 호날두다.
과연 두 축신이 언제까지 그라운드를 수놓으며 새로운 득점 지경을 개척해 나갈지 가늠키 힘들다. “섣부른 예단은 속단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장담하려 함인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골 사냥 솜씨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호날두와 메시는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를 각각 대변하고 있어 더욱 이채롭다. 포르투갈이 모국인 호날두는 유럽 축구를, 아르헨티나가 조국인 메시는 남미 축구를 각각 상징한다. 유럽과 남미가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각축을 벌이는 만큼 호날두와 메시도 한 치도 첫손가락에 손꼽히지 않음을 거부한다. 20년 가까이 최고의 골잡이 타이틀을 다퉈 온 ‘영원한 맞수’로서 세계 축구계의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호날두·메시, 각각 이브라히모비치·수아레스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라
메시와 호날두, 두 ‘거성(巨星)’이 남미와 유럽의 대표 주자로서 그동안 얼마나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뽐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통계 자료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발표한 21세기 유럽·남미 최다 득점자 기록 통계는 메시와 호날두의 위대성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통계다. 세계 축구 관련 역사와 통계를 관리하는 조직체인 IFFHS답게 금세기 각국 톱 리그를 기준으로 한 득점 기록을 집대성한 자료여서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표 참조).
2001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23년간 기록한 골을 집계한 이번 통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났다. 역시 유럽과 남미의 맨 윗자리엔, 호날두와 메시가 앉았다.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낼 만한 박진감 넘친 경쟁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둘 다 압도적 격차로 상대를 따돌리며 편안하게 1위에 올랐다.
호날두가 금세기에 뽑아낸 골 수는 532였다. 393골로 2위에 오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은퇴)를 139골 차로 제쳤다. 아직 활동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지 않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바르셀로나)와 거리는 더 있었다. 3위에 자리한 레반도프스키(375골)와 차는 157걸음이나 됐다.
남미에서, 21세기 최고 골잡이는 뭐니 뭐니 해도 메시였다. 물경 497골을 터뜨려 매우 여유 있게 정상을 밟았다. 388골로 2위에 오른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인터 마이애미 CF)와 격차는 109골씩이나 됐다. 지난 1월 1일, 수아레스가 인터 마이애미 CF로 이적해 옴에 따라 한솥밥을 먹게 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선의의 골 경쟁을 펼칠지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격차가 더 벌어질지, 아니면 좁아질지 지켜볼 만하다.
겉으로 나타난 집계에선, 호날두가 메시를 앞선다. 35골 차다. 그렇지만 호날두가 2년 일찍(2002년 대 2004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점을 감안하면 호각지세다.
‘영원한 절대 강자’는 있을 리 없다. 그러나 메시와 호날두는 아직 지지 않는 태양임엔 틀림없다. 비록 중천은 아닐지 몰라도 석양은 거세게 뿌리치는 두 축신, 메시와 호날두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