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이강인은 이달 초 막을 내린 2023카타르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마찰을 빚었다. 이강인은 ‘단합의 의미가 담긴’ 경기 전날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나이가 비슷한 선수들과 함께 탁구를 하러 갔다.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주장’ 손흥민은 이강인에게 따끔하게 한 소리 했지만 이강인이 강하게 대들면서 일명 ‘탁구 게이트’가 일어났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사실을 인정하면서 순식간에 대표팀 내분 사태가 일파만파 퍼졌고, 두 선수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특히 이강인의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이강인은 사건이 알려지고 하루 뒤(13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손흥민 형을 앞으로 잘 따르겠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이 24시간 이후 사라지는 ‘스토리’에 올리면서 오히려 팬들의 화를 더 키웠다. 사과 진정성이 없단 이유에서다.
결국 이강인은 한 번 더 고개 숙였다. 21일 이번엔 스토리가 아닌 반영구적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런던에 있는 손흥민을 직접 찾아가 사과를 구했다고 운을 뗀 뒤 변명 없이 여러 차례 사과했다. 손흥민도 SNS를 통해 이강인과 화해 사실을 알렸다.
이강인은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서 죄송하다. 런던으로 찾아가 직접 사과를 드렸다. 사과를 받아주신 형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라며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라고 반성했다.
손흥민은 사과를 받아줬다. 그는 이강인과 함께 찍은 사진과 장문의 글을 올리며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라고 답하며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가운데 KFA는 더이상 진전이 없다. 오히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선수들의 화해를 기뻐하고 있다.
정해성 신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21일 전력강화위원회 비공개 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손흥민·이강인이 3월 A매치에 정상 소집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국가대표팀에 오랜기간 있던 사람으로서 두 선수에 대해 안타까움이 컸다. 오늘 아침 소식을 듣고 어떤 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뻤고 흥분됐다”고 말했다.
이어 “(3월 A매치에) 두 선수를 뽑고 안 뽑고는 지금부터 상황을 보고 새로운 감독이 선임된 이후 그 감독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내 선수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오늘 논의가 되지 않았다. 오늘 이강인과 손흥민의 화해가 우리 국가대표팀에는 너무 좋은 소식이다. 그 소식에 대해 전부 좋게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밀실 회의를 통해 새 감독을 선임할 예정인 KFA는 순서도 역시 문제다. 대표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다음 감독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상황. 결국 KFA의 직무유기가 분명하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