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몸 상태 각오하고 준비해. 팬들에 보답하겠다".
전북 현대는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포항 스틸러스 원정 경기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명서 1,2차전 합계에서 3-1로 앞서면서 8강행을 확정했다. 앞선 1차전에서는 전북이 에르난데스, 안현범의 연속골에 힘입어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번 ACL은 추춘제를 도입하면서 원정 다득점도 폐지했다.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지는 토너먼트에서 원정 다득점을 따지지 않는다. 전북은 지옥의 스틸야드 수중전에서 고전했으나 집중력있게 버티면서 1,2차전 합계에서 버티면서 ACL 8강행으로 더 높은 무대를 바라보게 됐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이 떠나고 박태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포항은 겨울 이적 시장서 많은 선수들이 이탈했으나 전북 상대로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다크 호스로 모습을 예고했다. 오베르단-정재희-백성동이 부상으로 빠졌으나 매서운 모습으로 경기를 주도했으나 결정력 부재로 인해 아쉬움을 남겼다.
전북은 전반 11분 박찬용에게 중거리 원더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여기에 교체 투입된 정태욱이 후반 31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헤더로 극적인 골을 넣으면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무너질듯 무너지지 않는 전북 선수들의 저력이 뽐난 경기였다.
정태욱의 골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코너킥을 기점으로 시작된 혼전 상황서 문선민의 크로스를 티아고가 머리로 공을 떨궜다. 이를 향해 필사적으로 정태욱이 머리로 골문을 열었다. 말 그대로 투지와 골을 향한 집착이 있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교체 카드가 적중함과 동시에 정태욱의 투지가 빛난 장면이었다.
경기 후 만난 정태욱은 "일단 투입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투입해주신 만큼 그것에 보담해드리고 싶었는데 골을 넣어서 다행이다"라면서 "사실 감독님도 감독님이지만 우리 팀 선수들의 사기를 복돋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전반 포항의 높이에 고전하던 전북은 정태욱 투입을 통해 코너킥서 골을 만들어내면서 반격에 성공했다. 정태욱은 "사실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서 수비수로 저를 선택해서 넣으신다는 것 자체가 감독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걸 많이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태욱은 "투입 당시에 감독님이 포항에게 유리한 흐름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하고 계셨다. 그런 분위기에서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나를 잘 다독여 주셨다"라면서 "투입 직전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 제대로 도움이 됐디"고 미소를 보였다.
정태욱의 골은 답답하던 흐름을 완전히 뒤집는 결정적인 골이었다. 이번 ACL에는 클럽 월드컵 진출도 걸려있기에 진출 자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일부 전북 팬들은 정태욱 골에 대해서 '이적료 일시불 골'이라는 등 재미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태욱은 "사실 그런건 전혀 생각 못 했는데 팬들이 좋아해주시니 다행이다"라고 말하면서 "사실 공이 올 때 이거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 들었다. 그냥 머리가 아니면 몸으로라도 밀어 넣으려고 했다"고 그 장면을 떠올렸다.
지난 시즌 전북에 입단했던 정태욱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 전지 훈련부터 심기일전해던 그는 "솔직히 전북 첫 시즌서 몸 상태나 퍼포먼스 모두 내 기대 이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번 시즌은 더 잘 준비해보자고 마음 먹게 됐다. 그런 부분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 정태욱의 몸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전북이란 팀의 특성 상 주전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는 "주전 경쟁은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즐기겠다. 교체로 들어가더라도 언제라도 내 자신을 증명하겠다"라면서 "선수가 주전 경쟁을 즐기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인드가 나를 성장시키고 나아가 팀을 강하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진섭-홍정호 등 경쟁자이자 좋은 동료인 형들에 대해 정태욱은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리고 워낙 잘하는 형들이라 내가 보고 배우려고 한다"라면서 "형들의 장점이나 비결을 잘 배우고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라고 부탁했다.
지난 시즌 전북은 몰락한 거인이였다. 리그와 FA컵, ACL 단 하나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정태욱은 "클럽 월드컵도 나가고 싶지만 일단 전북답게 내줬던 트로피를 찾아오는 것이 이번 시즌 급선무이다"라면서 "아무래도 8강서 울산 현대를 만나면 지난 시즌과 달리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상대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잘 준비해서 팬들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mcadoo@osen.co.kr